미래다. 무슨 말일까. 선거의 승인 얘기다. 고질적인 지역구도나 진보대 보수, 세대별 투표 이외의 승인은 없었을까.
다른 건 다 논외로 치자. 모두 많은 분석들을 해냈을 테니까. 4.11 총선에 이어 대통령 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은 미래를 얘기했다. 미래는 곧 희망이다. 현실세계에서 희망은 곧 먹을거리다.
민주당은 구호만 요란했다. 새누리당은 정보통신기술·과학기술을 국정 중심에 놓고 미래를 얘기했다. 구체성이다. 민주당은 구체성도 없었고 미래 얘기도 쑥 빼내버렸다. 4.11 총선때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보통신미디어부 신설 약속조차 뒤집었다.
오만이다. 선거가 종반으로 들어서면서 판세가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본 와중이라 더 그랬다. 이공계 유권자들은 귀를 의심했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얘기한 정보통신미디어부를 버린 채 방송위 어쩌고 한 게 전부였다. 말을 뒤집은 거라 의심받을 만했다.
새누리당은 반대였다. 후보가 토론에서도 직접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겠다고 다짐했다. ICT 거버넌스 신설도 약속으로 굳어졌다.
4.11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더욱 자명해진다. 비례대표 1번은 상징성이 강하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1번에 과학자인 민병주 씨를 내세웠다. 민주당은 70, 80년대에나 어울릴 법한 노동운동가 전순옥 씨를 내세웠다. 미래를 얘기해야 하는 대목서는 오히려 과거회귀형이었다.
상징성에서 그렇게 빛이 바랬다.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시대를 잘못 읽은 것이다. `진짜` 노동운동가인 전태열이나 김근태였다면 달랐을 법하다. 민주당의 한계였고, 친노들의 오만이었다.
새누리당은 공천심사에서도 이공계 출신이거나 여성이라면 가산점을 20%나 주면서 우대했다.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도 과학기술계 출신을 여럿 배치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에서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지역구에서도 이공계 우대조항 같은 건 눈에 띄지 않았다.
민주당은 미래를 얘기한다고 하면서도 미래는 전혀 없었다. 구호뿐이었다. 과거와 미래의 구도를 짰으면서도 미래의 구체성은 없었다. 이데올로기 대결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자고 했으면서도 이데올로기 구도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1번의 의미에서 이미 졌던 총선이었다. 일찌감치 노선투쟁에 몰두하면서 예고됐던 바다. 경선조작과 특정계파 독식 논란이 뒤따랐다. 대안정당으로서의 정책정당을 기대했던 대다수 국민의 눈높이를 외면했다. 경제민주화란 구호도 전문가를 배제함으로써 공허해졌다. 총선의 실패가 대선서도 이어졌다.
인물난이었을까. 새누리당은 미래 부문서 전문가, 정치인, 관료들이 넘쳐난 반면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정치꾼들 그대로였다. 과학기술계, 정보통신기술계는 인물난까지 회자됐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원칙과 약속, 신뢰를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대선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새 당선인은 미래창조과학부와 ICT 거버넌스 신설을 다짐했다. 국정 중심에 놓고 창조경제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인수위원회가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인수위 구성은 당선자의 국정스타일을 보여주는 척도다. 인수위는 당선자의 5년, 미래의 5년을 설계하는 장이다. 대통합·이공계·여성과 과학기술·ICT 거버넌스 구현의 새 정부 가늠자란 의미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후한시대의 유비시절에도 그랬고, MB정부 시절에도 그랬다. 유비는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마다하지 않았으며 조조는 적장인 관우를 얻기 위해 생포한 이후에도 온 정성과 예를 다했다.
MB정부의 평가는 인사에서 나왔다. 고작 인사라는 게 측근이나 친인척이 아니라면 별 볼일 없었고 그마저도 회전문 인사에 매달렸다. `형님` 인사는 특히 MB정부 인사의 백미였다. 국정이 바로 설 리 없다.
인사가 희망이다. 또 만사다. 전부라는 얘기다. 새 당선자는 도덕성과 능력 있는 인사 발탁을 위해 삼고초려를 기꺼이 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 더 있다. 당파성과 이해관계가 아닌 미래의 희망으로 승부하라는 것이다. 다름 아닌 미래 성장동력을 어떻게 설계하고 만들지를 보다 더 고민하라는 것이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