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결과를 해석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론이 동원됐다. 그중 두 후보 지지자의 좌우 성향을 1에서부터 100까지 스펙트럼화해 분석하는 기법이 가장 널리 쓰였다. 박근혜 당선인은 100부터 시작해 딱 절반인 50을 넘어 49까지 자기 표로 만들었고, 문재인 후보는 1부터 48까지의 마음을 얻는 데 그쳤다. 결국 이번 대선은 50까지를 포함해 상대쪽으로 단 두 숫자에 속한 민심을 더 가져오는 싸움이었다.
그 승부에서 박근혜는 이겼고, 문재인은 졌다. 이젠 우리나라 결과만 놓고 볼것이 아니라 비슷한 시기 연달아 갈린 미국·중국·일본 정부와 얼키고 설킨 유리·불리를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엔 각국 유권자 성향을 가늠할 수 없으니, 4개국 최고지도자를 스펙트럼 위에 세워보자. 그럼 우리가 어디에 서야할지 답이 찾아질 수도 있다. 지금도 사회주의 체제요, 엄연히 공산당 총서기인 중국 시진핑은 가장 왼쪽, 아마도 10 안팎에 서는 것이 맞을 듯하다. 중국이 사회적으로 깊숙히 받아들인 경제시스템, 개방·경쟁적 구조까지 다 감안하더라도 20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오바마 미국 대통령. 정치적 성공가도를 달리기 전까지 사회적 소수자로 살았고 민주당 소속이다. 교육과 사회보장 정책에선 사회민주주의 쪽에 가깝다. 왼쪽으로 좀 기운다. 그러나 재정·이슬람 대응 등 군사·한반도 이슈까지 감안하면 공화당과의 균형과 견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종합하자면 오바마는 45와 50 사이 위치하는 것이 합당하다.
아베는 자타가 공인하는 극우주의자다. 아마도 자신 스스로도 90 이하 숫자에 서는 것을 자존심 상해할 것이다. 20년 불황의 혹한 속 `욱일승천기`를 내걸고 일본 재건을 향해 총동원된 전체주의 국가의 총독쯤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다.
그럼 박근혜 당선인이 어디에 설 것인가. 박 당선인은 역사적으로 보나, 이번 선거에서 `몰표`에 가까운 지지를 보냈던 지지층으로 보나 75 이상에 서는 것이 맞다. 그래야 80 이상의 표를 다지면서 49, 48까지 끌어당길 힘이 나온다.
이건 선거 때 정치공학적 계산이다. 승리로 끝났으니 이건 잊어도 된다. 이런 구도가 고착돼선 한·미·중·일 정세에 균형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 대통합의 출발점이 여기가 될 수도 있다. 정통성과 자기 색깔을 바꿀 요량이 없다면 정책과 주변 사람들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실천하면 된다. 어디까지나 간접적이다.
단언코 50을 넘으라 하진 않겠다. 미국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수준까진 발을 움직여야 한다. 북한과 관계에서나,러시아·유럽 등 우리와 직간접적 거래를 가진 국가들과의 줄다리기에서 우리 이익을 위해서도 그런 표현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박 당선인의 용기를 바란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