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2013년 정보통신산업은 `빅뱅`이다

올해 정보통신산업은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을 둘러싼 많은 이슈와 변화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방송과 통신, 유선과 무선 등으로 구분하던 산업 지형은 사실상 붕괴됐고, 다양한 영역간 융합이 가속화된다. 융합 환경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추세에 맞춰 새로운 거래질서도 정립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올(All) IP화 가속으로 서비스간 구분이 없어지고, 다양한 서비스와 인프라가 연동되는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C-P-N-D로 불리는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간 통합이 본격화되고, 이를 둘러싼 산업 생태계도 개방형으로 확장한다. 통합 가속화로 서비스와 기기 성능은 갈수록 높아진다. 통합 과정에 참여하는 대상들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중소기업, 벤처기업간 동반성장 방법론도 모색해야 할 때다.

올 한해 정보통신산업에 빅뱅을 몰고 올 이슈에 대해 키워드별로 사전 점검해본다.

◇신 거래질서 정립=정보통신 산업지형이 급속도로 변하지만, 법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법과 제도가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지체 현상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융합 가속으로 변화 속도와 범위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되면서 새로운 거래질서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침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업계가 거는 기대도 크다.

산업계 내에서도 거래질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지난해 KT와 삼성전자가 스마트TV 접속을 놓고 벌였던 분쟁이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벌어진 망 중립성 논쟁 등에서 볼 수 있듯 유무선 네트워크를 보유한 통신사와 콘텐츠·제조사 등과의 갈등이 커졌다. 통신사들은 네트워크를 오가는 데이터가 폭증하고 있어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 권한과 함께 망 대가를 산정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는 단순히 이익을 위한 망 대가가 아니라, 네트워크 품질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어야 전체 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통신요금은 데이터 중심으로의 개편 논의가 본격화한다. 이미 미국 등에서는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체제 개편을 시작했다. 데이터 요금 중심으로 개편하려면 음성통화 요율은 내리고, 데이터는 올리는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데이터 요금을 외국에 비해 상당히 낮게 책정한 우리나라는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더구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부가 통신요금을 규제하는 것도 변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방송시장도 새 제도를 요구한다. 유료방송시장에서는 기존 수직적 규제를 벗어나 수평적 규제로 전환이 필요하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을 규제하는 법이 각각 존재하고, 각 법에서 규제하는 내용이 달라 서비스간 차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동일서비스인 만큼 동일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통합방송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상파 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들이 해마다 반복적으로 갈등을 빚는 `재송신 제도`도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IP화 가속과 경계붕괴=통신도 방송도 IP로 전송하는 올IP 시대로의 변화가 빨라진다. 통신시장의 IP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유선전화는 인터넷전화로, 방송도 IPTV로 바뀌었다. 3G에서 데이터통신이 시작됐고, 롱텀에벌루션(LTE)에서는 이제 음성까지 데이터로 보내는 LTE음성통화(VoLTE)가 도입됐다. 아직은 음성통화에 3G와 VoLTE를 같이 사용하지만, 앞으로는 VoLTE만으로 통화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하반기에 VoLTE만 지원하는 `싱글 VoLTE` 단말기 출시도 예정돼 있다. 음성과 데이터에 구분 없이 모든 서비스를 IP기반의 데이터로 처리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통신사들도 올IP 환경에 맞춰 데이터쉐어링 요금제 등을 출시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방송에서도 유선 IPTV를 넘어 모바일IPTV와 N스크린 서비스 등이 활성화되며 IP로의 전환이 빨라진다.

◇통합과 개방=올IP화와 기술발전은 인프라와 서비스간 경계를 없애고 있다. 개별 분야로 인식되던 콘텐츠, 네트워크, 플랫폼, 디바이스, 서비스 등이 통합되는 추세도 올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동영상 콘텐츠가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세계로 전파되고, 다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개개인이 공유한다. 각 개인은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거대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안에서 통합과 융합을 통해 장점을 흡수하면서 발전하는 이상적인 모델이다.

다만 제도의 벽은 한계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도 결국 위성방송의 IP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다. N스크린 서비스도 모바일 방송과 유사하지만, IP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규제는 전혀 다르게 적용받는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스를 수 없는 통합과 융합 환경에 맞는 개방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ICT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도 다양한 분야의 장점을 아우를 수 있는 개방은 필수다.

◇공유=통합과 융합의 가치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공유`도 중요한 키워드다. 거대한 ICT 생태계 안에서 한 기업의 경쟁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앞세워 세계 ICT 가치사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앱스토어에 참여한 수많은 개발자들의 힘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확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미국 모토로라, 중국 HTC 등 세계 많은 제조사와의 협력이 있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참여한 수많은 앱 개발자들의 노력도 큰 힘이 됐다.

국내에서도 공유를 통해 성장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시작됐다. 모바일 월렛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KT가 금융·유통·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가 참여하는 연합체를 구성했고, SK텔레콤은 `T오픈랩`을 통해 개인 또는 중소개발사의 기술과 아이디어 사업화를 지원하며 협력한다.

이제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에 희생을 강요하고, 단가 인하를 요구하던 시대는 옛말이 됐다.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성장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연속(seamless)=촘촘한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통신과 방송 서비스를 끊김 없이 제공하는 연속성도 화두다. 통신과 방송 서비스는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기기를 넘나들며 연속성을 가지는 추세가 뚜렷하다.

통신 서비스에서 끊김 없는 연속성은 기본이다. 여기에 개인이 보유한 스마트 기기 수가 많아지면서, 기기를 넘나들며 데이터를 연속성 있게 사용하는 데이터쉐어링 서비스도 등장했다. 각 기기에 담긴 정보를 연속성 있게 공유하기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 중요성도 갈수록 커진다.

연속성은 방송 분야에서 특히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DMB 같은 휴대이동방송이 등장하면서 방송에서의 연속성 개념이 제시됐다. 이제는 단순히 스크린을 이어서 보는 것을 넘어 이용자 맞춤형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해졌다.

N스크린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TV와 PC, 스마트폰, 스마트패드까지 연동하는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용자는 어디서 어떤 기기를 사용하는지에 관계 없이 연속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집에서 주문형비디오(VOD)를 시청하다가 출근길에는 스마트폰으로 이어서 보고, 회사에 가서는 PC로 마저 보는 연속성 있는 방송 서비스가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새 트렌드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013년 정보통신산업 키워드

[신년특집]2013년 정보통신산업은 `빅뱅`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