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문득 자동차 브랜드가 참으로 다양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만 해도 거의 약속이나 한 듯이 특정 회사의 자동차가 거리를 누볐는데 말이다. 이렇게 선택이 다양해진 속에서도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가 세계 시장에서 한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하니 정말 가슴 뿌듯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국민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지원이 있지 않았던가. 현재의 대기업들이 한창 성장하던 1970~1980년대를 생각해보면 국민들은 외국 제품을 사는 대신 우리 제품을 헌신적으로 사주었다. 정부는 외국 제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국민들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우리 제품을 사랑으로 사주었기에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같은 우리의 대기업들이 국민과 중소기업을 위해 손을 내미는 것이 당연한 순리라 하겠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러 새로운 정책을 펼치게 될 것이다. 2020년을 바라보는 시대이니 만큼 새로운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가장 특징적인 공약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마당이다.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그 약속이 잘 실천되기 위해서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상생하는 것은 필수다.
비단 현대자동차, 삼성전자만을 지칭해서 그 기업들만이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전자, 자동차 같은 제조업은 물론이고 석유화학 같은 에너지 분야에 이르기까지 소위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라 불리는 산업 대부분에 적용되는 문제라 하겠다. 이들 주력 산업 분야가 어느 정도 국제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정부는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국민들은 우리 제품을 사랑하는 일을 해왔던 것은 어쩌면 일정한 패턴이었던 것 같다. 결초보은이라 했던가. 이제는 국민들의 헌신과 사랑 속에 성장했던 대기업들이 국민과 중소기업에게 사랑을 돌려줄 차례이다. 그것이 바로 상생이고 경제민주화의 첫걸음 아니겠는가.
특히 IT와 SW 분야에 대한 상생은 더더욱 필요하다. 이 분야는 정보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외국 제품들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IT와 SW의 특성 상 선점한 기업이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소기업들이 기술력과 경쟁력을 높여 외산에 비해 손색이 없는 제품개발에 성공하고 있으니 그 노력이 참으로 눈물겹다고 하겠다.
그러나 성공한 중소기업마저 수출하려고 할 때마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번번이 거절당한다고 하니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얼마 전 수출관련 간담회에서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이야기가 귀에 선하다. 만약에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 납품했다고 하면 바이어들도 무시하지 않고 주목하게 된다는 얘기였다. 그렇다. 이미 우리 대기업들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으니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고 상생을 위해서라도 발 벗고 나서야 될 때다. 게다가 혁신적인 제품과 혁신적인 서비스의 대부분이 IT와 SW에서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기업이 중소 IT 및 SW 기업과 상생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관계다. 예전에 국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브랜드 파워를 가진 그들이 같은 값이면 아니 조금 부족해도 국내 IT 및 SW 제품을 구매하고 써주는 것이 경제민주화 그 자체다. 더구나 이제 우리 제품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니 그저 브랜드만 보고 구매하는 관행을 바꿨으면 한다. 새해에는 많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손을 잡고 큰 성과를 냈다는 뉴스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박수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parksy@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