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뒤집을 아이디어는 시끌벅적한 시장에서 잉태되지만 시장에서 창조되지 않는다. 시장을 뒤집을 변화와 혁신, 상상과 창조는 시장 안에서 또는 시장 가까이서 잉태된다. 그런데 정작 시장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혁명적인 변화와 혁신이 실제로 일어나는 장소는 시장과 거리가 먼 곳에서 절치부심하는 누군가에 의해서 일어난다.
창조의 시작은 시끄러운 세상에서 이루어지지만 마지막 창조의 완성은 극도로 조용한 침묵과 오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외로운 실험을 반복한 그 누군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즉 시끄러운 시장 안에서 아이디어가 잉태되지만 조용한 시장 밖에서 아이디어는 완성된다. 시장을 뒤집는 혁신적 변화는 시장을 잘 아는 사람이 시장에서 아이디어를 포착, 시장 밖에서 다양한 모색과 실험을 거쳐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다.
시장 안에서 시장 사람들과 대화도 해보고 가까이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기도 하고 시장 밖에서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시장 안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다 보면 어느 순간 영감을 주는 통찰이 다가올 수도 있다. 일상에 대한 관찰과 관찰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부단한 성찰이 생각지도 못한 통찰력을 가져다준다. 그런 통찰만이 시장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시장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시장을 뒤집을 아이디어도 처음에는 아이디어가 제시되자마자 아이디어로 시장이 뒤집히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 자체를 뒤집어버리려는 비난과 조소와 저항이 시작될 수 있다. 본래 처음부터 많은 사람에게서 사랑받는 아이디어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초기부터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받는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이미 어디선가 실현되고 있거나 이전에 누군가 제시해서 들은 적이 있는 아이디어일 확률이 높다. 기존 상식이나 고정관념을 깨는 색다른 아이디어일수록 기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에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생각의 발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비난과 조소와 저항을 받았던 초기 아이디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에게 점차 익숙해져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으로 변해간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