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을 알리는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새해 첫날은 벅찬 가슴으로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마련이지만 대외 경제환경은 녹록지 못하다.
지난 한 해 우리 경제는 어려움이 많았다. 미국의 재정절벽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로 저성장과 내수침체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수출도 감소했다. 내수가 부진하고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은 2%대에 그쳤다. 잠재성장률이 감소하면서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를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해 우리 경제는 많은 성과를 거뒀다.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며 무역 8강에 진입하는 역사적 쾌거를 이뤄냈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하는 가운데 S&P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 세계 일곱 번째로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이 넘는 `2050` 대열에 진입했고 국가브랜드 가치도 세계 9위에 올라섰다.
우리에게는 세계가 놀라는 특별한 DNA가 있다. 전쟁의 폐허에서 오로지 `잘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는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이며 외환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는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 태안 앞바다 기름을 닦아 내 죽어가던 갯벌을 살려냈다. 국민이 하나 돼 난관을 이겨내고 커다란 성취를 이뤄냈다.
올해도 세계 경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선진국의 재정불안과 내수경기 회복 지연 등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돼 기업 경영환경을 낙관하기 어렵다. 경제성장률은 3% 전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기업이 올해 경영화두를 위기경영으로 잡았다. 저성장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오히려 주요 수출시장의 보호주의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섬뜩한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때 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삼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도전으로 난관을 이겨내려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정부는 우리 국민 모두가 합심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게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법령과 제도를 개선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도 기업가정신을 살려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에 적극 투자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려면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한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남보다 한 발 먼저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올해는 대한민국 최초의 이공계 출신 여성 대통령과 함께 새 정부가 출범한다. 지난 50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한국경제의 새로운 50년을 여는 의미있는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앞으로 5년이 향후 50년의 대한한국 운명을 가를 수도 있다. 지난 50년간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압축성장한 한국경제의 뒷면에는 모방이라는 단어가 있다. 모방으로 선진국을 추격했고 우리는 성공했다. 그러나 다가올 50년에도 모방이 성공방정식을 푸는 열쇠가 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패러다임의 중대 기로에 섰다. 이제는 재빠른 2등 전략인 `패스트 세컨드`보다는 창조를 통한 `얼리 무버` 전략을 써야 한다.
앞으로 펼쳐질 세상은 새로운 산업혁명과 기술혁명이 좌우한다. 시대를 개척하는 프런티어에게는 더 많은 에너지와 열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프런티어가 거두는 과실은 더 값지고 달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슘페터가 이야기 한 `창조적 파괴`가 절실한 시점이다. 창조적 파괴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주역은 과학기술자와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다. 위기는 기회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꿈과 도전의식이 살아 있어야 한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국민 모두가 합심했을 때 새로운 50년의 꿈과 희망, 자신감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