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도 어려웠다. 말이 필요 없다. 태양광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은 사업을 청산하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시장에 매물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매물을 거둬들이는 곳은 없다. 가동을 멈춘 생산라인에는 먼지만 쌓였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대기업도 잇따라 태양광 사업 투자를 보류했다. 태양광시장은 그야 말로 대 혼란이었다. 멘붕이 따로 없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기업도 이젠 이름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투자 적기”라며 “기업 사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ET칼럼]태양광시장 `해뜰날` 반드시 온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301/374562_20130102155104_764_0001.jpg)
시장은 침체의 나락에 빠지고 관련 기업은 빈사 직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세계 태양광 설치량이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높게 나왔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정리한 `신재생에너지산업 동향과 주요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태양광 설치량은 36GW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여러 전문기관이 예측한 25~32GW를 넘어섰다. 결과적으로 태양광 설치량은 늘었지만 시장은 힘들었고 상당수 관련 기업이 문을 닫았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왜 일까. 글로벌 재정위기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일까.
원인은 중국 기업의 무차별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에 있었다. 중국 기업이 무리하게 증산을 하자 미국·독일 기업이 먼저 타격을 받았고 후발 주자인 국내 기업에도 영향이 미쳤다. 세계 1위 태양전지 기업이었던 독일 큐셀이 지금은 한화에 인수돼 새 출발했고 미국 기업들도 신재생에너지에 우호적인 오바마 대통령의 후원에도 줄도산을 면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양산경쟁을 부추겼던 중국 기업들도 과잉공급의 후폭풍을 견디지 못하고 휘청였다.
태양광 수요는 몇 년 전보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중국·일본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재정위기로 침체한 유럽도 기대 이상이다. 특히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태양광 분야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역시 공급과잉 물량을 내수 시장에서 소화하면서 설치량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서 태양광 설치가 늘어나면서 구조조정을 거듭해 온 국내 태양광 시장에도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4분기부터 수출 계약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직 글로벌 경기가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아 낙관할 수준은 아니지만 태양광 시장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최근 시장조사 기업이나 단체가 발표하는 전망치를 보더라도 태양광 시장은 밝다. 남은 것은 태양광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시점을 기다리는 일이다. 길고 긴 구조조정의 터널을 지나면 따사로운 햇살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말자.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