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실패자를 지원하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은 벤처 생태계의 핵심 퍼즐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창업 후 성공하든 실패하든 다시 창업으로 이어져야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성공한 벤처 사업가는 인수합병이나 매각 등 다양한 경로로 수익을 얻고 창업을 이어가지만 아무리 능력 있는 벤처 사업가라도 실패의 낙인이 주홍글씨처럼 찍히면 재기가 어렵다. 업계의 차가운 시선은 그나마 다행인 편이다. 신용 불량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현실에서는 구두선인 셈이다.
패자 부활의 기회가 없는 현실은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 낭비를 가져온다. 창업 아이디어와 기술이 묻히고 경영 노하우는 발휘할 기회가 없어진다. 직원은 일자리를 잃고 청년 실업 증가를 초래한다. 시장 논리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회 자체가 영원히 박탈된다면 공평하지 않다.
창업 경험자는 누구나 실패가 마이너스가 아닌 성공을 가져올 밑거름이라는 사실을 안다. 벤처의 대명사 실리콘밸리에서도 성공 전에는 평균 3번 실패한다고 전해진다. 재기할 기회가 없었다면 지금의 애플도 없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서야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세상에 내놨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 벤처 거품을 경험했다. 이제는 `묻지마투자`가 사라졌고 스마트폰이라는 신천지도 열렸다. 아이디어가 뛰어난 우리나라에 유리한 환경이다. 벤처 창업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나와야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에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지원 대상과 규모를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 자칫 지원만 받고 사라지는 창업 먹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도 시작이 중요하다. 많이 창업하고 많이 실패해야 벤처 신화가 나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