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원 들인 AMI사업...새해엔 판 다시 짜야

지금까지 약 1100억원이 투입된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사업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새해엔 새판을 다시 짜야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각종 사업 비리로 당초 정부 계획과 달리 사업이 수년째 지체됐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해외 시장만은 놓칠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업계 따르면 지식경제부(당시 산업자원부) 주도 시작된 AMI 국책사업에 개발 및 시범사업 예산 715억원, 2010년 사업비 214억원에다가 민간자금 2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다할 사업실적 없이 11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핵심부품 및 사업자 선정, 사업계획까지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1999년 한국전력·지경부 기술표준원·전력연구원·한전KDN·전기연구원과 젤라인이 참여해 AMI 핵심부품인 전력선통신선(PLC)칩 개발부터 시범사업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간 715억원의 정부 자금이 투입돼 사업 채비를 갖췄다. 이 후 정부는 2020년까지 저압수용가(1800만호)에 AMI를 구축키로 하고 사업 첫해인 2010년에 214억원을 투입, 50만호 구축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한전이 불완전한 성적서를 받은 제품을 사업에 참여시키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이후 2년만에 재개된 지난해 사업마저도 입찰 과정에 비리 의혹을 남기며 또 중단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참여 기업들의 기회비용 손실도 적지 않다. 한전이 인정한 PLC칩 기반의 제품을 개발해 사업을 준비했지만, 해당 칩 오류로 사업이 3년째 지체됐기 때문이다. 한전KDN과 LS산전·LG유플러스·옴니시스템·누리텔레콤 등은 실적 없이 제품 개발에만 2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또 한전 말만 듣고 해당 칩 확보에 나선 기업의 선행 투자금만 최소 30억원에 달한다. 공들인 시간과 인건비를 포함, 해외시장 진출 지연까지 따지면 기업의 기회비용 손실은 엄청나다.

결국 2010년에는 미완성된 칩을 사업화시켰고 재개된 2012년 사업 역시 미완성 칩을 통과 시려는 부당한 행위에서 기업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MI가 우리 후대가 사용할 소중한 인프라인 만큼 사업적 정체성을 공감하는 수준의 사업 전면 개편이 절실하다”며 “과거부터 민관 유착, 참여 기관 및 기업의 엄격한 자격 검증 등은 물론 특정 PLC만 고집하기 보다는 해외 시장에 먹힐만한 부품 선정부터 차별화 기술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국가 AMI사업 관련 민·관 투입 예산 현황 (자료출처 : 지경부·업계 취합)

1100억원 들인 AMI사업...새해엔 판 다시 짜야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