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불거진 무이자 할부 중단 사태는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이 소비자를 볼모로 한 힘겨루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중소상인 수수료 인하로 줄어든 이익을 보전하려는 카드사의 영업 전략과 무이자 할부 비용을 내지 않으려는 대형 가맹점의 버티기가 빚은 결과다.
무이자 할부 중단은 당장 서민 경제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든다. 가뜩이나 높은 물가와 심해진 양극화로 더욱 형편이 어려워진 서민에게 무이자 할부는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여건이 좋은 대기업이 고통 분담은 고사하고 서민에게 이익 감소를 떠넘기려는 모습이다.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진 새우도 있다. 오픈마켓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업계다. 오픈마켓은 복잡한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췄다.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무이자 할부 이벤트도 자주 마련한다. 온라인 유통은 당연히 서민 경제에도 도움을 준다.
무이자 할부 중단으로 인터넷 유통은 직격탄을 맞았다. 성수기인 겨울 시즌에 매출 감소 우려마저 제기된다. 주요 오픈마켓은 자체 부담으로 무이자 할부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언제까지 비용만 쓸 처지도 아니다.
신용카드 시스템은 하나의 생태계다. 신용을 매개로 카드사와 가맹점, 고객이 공생하는 구조다. 아울러 정부의 인가를 받아 운영하는 일종의 사회적 인프라다. 여기서 필요한 비용은 상대적으로 큰 이익을 얻는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이 지는 편이 바람직하다.
카드사는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낸다. 과거 무분별한 카드 발행의 부작용을 혈세로 메운 사례도 있다. 대형 가맹점은 고객 유치 효과가 크다.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도 주로 대형 가맹점에 쏠린다.
무이자 할부를 둘러싼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의 샅바싸움은 서민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온라인 유통을 방해하는 행위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하루빨리 합리적 대안을 내놓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