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인류 마지막 자원, 여성

지난해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인터넷판엔 흥미롭지만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드는 기사가 실렸었다. 미국 기업 내 정보기술(IT)관련 여성 임원수가 갈수록 준다는 헤드헌터 하비내시 그룹 조사결과를 인용한 기사다.

하비내시그룹 미국지사가 미국 기업 IT부서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가 자사 기업 내 IT부서에 여성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IBM, 오라클 등 굴지의 IT 대기업 톱 경영진을 여성들이 맡는 미국인데 정작 IT부서에 책임자급은 물론 심지어 직원 중에서도 여성 비율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여성이 회사보다 가족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주변의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이유야 어쨌든 현실이 그렇다면 미국에선 앞으로 IT분야 여성 진출이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여성리더를 배출할 하부구조도 부실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IT분야에서 여성 전성시대에 접어들었다. 국내 IT대기업들의 여성 직원 비율이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삼성SDS는 전체 직원 중 여성직원이 21.1%를 차지했다. 2004년 15.6%에 비해 크게 늘었다. LG CNS는 여성 직원 비율이 관련업계 최고 수준인 25%다. SK C&C와 포스코ICT 등 대다수 국내 IT기업들도 여성 인력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추세다. 눈여겨 볼만한 대목은 국내 IT기업들의 여성 인력은 관리직보다 개발직이 오히려 많다는 점이다. 외국과 정반대 현상이다.

배경은 기업들이 여성 인재 채용을 통해 개발 아이디어를 다양화하고, 일과 가정을 함께 중요시하는 기업 문화에 눈을 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개방의 대명사인 미국이 가정에 더 신경 쓸 것 같은 선입견 때문에 여성 채용을 꺼리는 반면, 한국은 가정을 고려하는 기업문화로 여성 채용을 늘린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거는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라고 단언했다. 여성 리더십은 피할 수 없는 역사의 조류다. 흔히 남성은 권위와 복종, 명령과 통제의 리더십으로 표현한다. 여성은 배려와 포용, 감성의 리더십으로 통한다.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리더들이 배출할 가능성과 희망이 커졌다는 얘기다. 특히 융합이 대세인 시대다. 여성들은 감성과 창의, 소통과 이해, 공감과 협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기존 전통산업에 IT를 융합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리더로써 여성이 남성보다 낫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국가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로써 여성이 바로 인류가 가진 마지막 자원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성 상위시대가 아닌 묻혀있었던 여성의 능력을 밖으로 표출할 적절한 기회가 도래한 셈이다.

정재훈 전국취재 부장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