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미래를 창조하는 정부를 기대한다

2013년 계사년은 새 정부와 함께 시작된다. 정부 수립 이래 첫 여성대통령이라서 새롭기도 하지만 “온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국민을 설레게 한다. 물론 정부가 개인의 행복을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사회가 내 행복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당선인 지지여하에 상관없이 국민 모두가 창조경제를 통해 민생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공약이 꼭 지켜지기를 바라면서 새해를 맞는다.

[미래포럼]미래를 창조하는 정부를 기대한다

농부는 씨를 뿌리고, 모내기를 하고, 물을 주고, 추수하는 과정을 거쳐야 벼 한 톨을 얻는다. 모든 과정이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씨 뿌리는 일보다는 추수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성급하게 결과를 보려는 욕심과 함께 벼 한 톨을 턴 사람이 농사를 마무리 지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지난 시절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고 외연에 관심을 두어 온 우리 정부의 모습이기도 하다.

임기 중 추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미래 먹거리 창출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산업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성장 동력인 과학과 기반 기술이 정체되고 정보통신기술(ICT)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정부에서는 담당하는 부처인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는 원천기술 확보와 특허 전쟁에서 우위에 있지 못하고 하드웨어 시장의 3배가 넘는 소프트웨어(SW)와 콘텐츠 시장 점유율은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융합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SW의 역할도 미진하다.

다행히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은 과학 기술 입국을 주창하며 장기 전략으로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임기 내에 추수할 수 없어도 씨를 뿌리고 물주는 일을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미래 먹거리 창출의 주역이 될 과학자나 ICT인에게 용기를 주고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의 짐을 덜게 되었다. 임기 동안의 국민 행복이 아닌 지속적인 행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당선인은 ICT를 기반으로 유능하고 지능적인 정부를 만들고 SW와 콘텐츠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ICT 생태계를 조성해 창조 경제를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일들을 달성하기 위해 과학을 담당하는 부처와 ICT 전담부처를 설립을 공약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미래를 만드는 일은 대통령 의지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지도자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민 모두가 생각을 공유하고 미래 건설에 동참해야 한다.

우선 과학자와 ICT 종사자가 먹거리를 창출하는 일에 가치를 느끼고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연구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연구와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충분한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특히, 단기적인 성과 위주의 평가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6개월 후에 시장에 내놓을 만한 기술을 개발하라고 연구소에 강요한다면 스스로 연구를 포기하는 것이다. 정부는 중장기 연구와 개발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참여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일은 이러한 지도자의 의지를 국민이 이해하고 지원하는 일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임기동안은 기다려주고 믿어줄 필요가 있다. 심지어는 정부가 아무것도 추수하지 못한 채 임기를 끝낼지라도, 씨를 뿌린 공적을 인정해 줘야 한다. 물론 좋은 씨를 골라 심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일은 국민이 믿고 선출한 정부와 그들을 돕는 전문가의 몫이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ece.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