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52>`~와(and)`와 `와!(wow)`

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의 일하는 방식 중 두드러진 차이 한 가지는 양자택일과 동시병행 방식의 차이다. 미국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일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차례대로 한 번에 한 가지씩 일을 하지만 한국 사람은 몇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한다. 가정부가 일을 할 때, 미국 가정부는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한 다음 책을 읽고 그 다음에 밥을 한다. 반면에 한국의 가정부는 빨래를 하면서 청소를 하고 청소하면서 밥을 올려놓고 책을 읽는다.

일정한 단계와 절차를 거치면서 순서대로 생각하는 선형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서구 사람들에 비해 한국인의 사고방식은 동시병행적으로 한꺼번에 처리하는 면형적 사고방식에 익숙하다. 서구 사람들은 양자택일적(兩者擇一的) 사고 논리(either A or B)에 익숙하지만 한국인들은 양자병합적 또는 양단불락적(兩端不落的) 사고 논리(both A and B)에 길들여져 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양자택일의 논리보다 이것도 하면서 저것도 동시에 하는 멀티 플레이어적 기질이 바로 면형적 사고 또는 비선형적 사고다.

이것도 하면서 저것도 하다보면 우연히 찾아오는 영감이나 통찰력도 얻을 수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것저것 하다보면 우연히 찾아오는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에 `와!`하는 놀라움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는 우발적 인연이 필연적 사건을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의 철학을 `~와 ~와`로 표현한다. 사람도 끊임없이 누구누구와 만나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일생일대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마침내 인생 전반이 혁명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와 언제 만날지는 사전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물론 계획적인 만남도 많지만 우연한 기회에 생각지도 못하게 만나는 만남이 생각지도 못한 인간관계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사물과의 우연한 접촉이 일생일대의 사건을 우연히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 어떤 책과의 우연한 만남이 운명을 바꿔놓기도 한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나를 바꾸고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책이 눈을 뜨게 만든다. 그래서 우연한 만남은 맛남이자 운명이기도 하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