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2의 매출 200조원 기업을 희망한다

삼성전자가 연 매출 2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우리 산업사를 통틀어 연 매출 200조원을 돌파 기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추정 매출은 201조원, 영업이익은 29조원 수준이다. 매출 200조원 금자탑 수립은 글로벌 제조기업 가운데에서도 세계시장 점유율 1위와 2위 자동차 기업인 독일 폴크스바겐과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제외하고 역대 어느 전자기업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더욱이 유럽발 경제위기로 세계 경제지표와 소비심리가 크게 움츠러든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가공할만한 성과를 낸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을 때만해도 다가올 4분기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나라 밖에서는 글로벌 경제여건이나 시장상황이 악화일로에 있던 데다 나라 안에서는 경제민주화 목소리가 높을 때여서 삼성 내부에서도 4분기 실적을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3분기보다 나은 4분기 실적으로 이 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시장분석가들이 보는 올해 전망도 매출 240조원, 영업이익 30조원 중후반대 등으로 낙관적이어서 삼성전자의 고속주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200조원 돌파의 포문을 열었으니 제2, 제3의 매출 200조원 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긴다. 단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새 정부 들어 강력히 추진될 경제민주화의 방향이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그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 게 정책입안자의 책무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나홀로 성장이 아닌 수만 개 협력회사와 동반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기쁨을 함께 나눌 중소기업이 넘쳐나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삼성전자가 짊어져야 할 막중한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