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혜 연세대 경영대학 마케팅 교수(Jeonghye@yonsei.ac.kr)
최근 가장 큰 화두의 하나는 단연 빅 데이터다. 빅 데이터 시대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요성은 여러 곳에서 누차 강조했다. 단순히 데이터 규모가 크다고 해 빅 데이터가 아니다. 산재한 대규모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분석해 기업에게 의미 있는 결론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빅 데이터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수행한 두 미국 기업의 사례를 소개한다.
![[빅데이터 시대 카운트다운]<2>데이터 마케팅, 문제 정의가 첫 걸음](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1/10/376475_20130110165926_733_0001.jpg)
먼저 미국 전역에서 식료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상점인 `넷그로서닷컴(netgrocer.com)`이다. 자본금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온라인 기업은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자원의 효율적 사용 여부가 기업 사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지역 상권이 아닌 전국 각지에 판매하는 경우 언제, 어디에서, 어느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할 지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넷그로서닷컴은 고객 유입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회사 내 고객 데이터, 판매 데이터, 마케팅 활동 데이터 뿐 아니라 정부의 인구통계 자료, GIS(공간정보시스템) 회사의 상권 데이터 등을 함께 활용했다. 여러 데이터 소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데이터를 계량적으로 분석해 고객 유입 패턴을 다음과 같이 파악할 수 있었다.
초기 고객은 오프라인 쇼핑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지역을 중심으로 유입되다가 점차 인접 지역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후 지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으나 인구 통계와 고객 선호 측면에서 유사한 시장으로 고객층이 확대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넷그로서닷컴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어느 지역을 언제 공략할지를 결정해 제한된 마케팅 자원의 배분을 시·공간적으로 최적화시키는 전략을 전개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인터넷에서 유아용품을 판매하는 다이퍼스닷컴(diapers.com) 사례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업체는 오프라인 구전, 온라인 구전, 온라인 검색, 신문·라디오·텔레비전 등을 매체로 한 광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을 확보한다. 다이퍼스닷컴은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지역별 특성과 오프라인 경쟁자를 고려한 최적의 고객 확보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가령 다이퍼스닷컴은 데이터 분석으로 시카고에서는 잡지 광고가, LA에서는 오프라인 구전이 가장 효과적인 고객 확보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광고비를 지역별로 집행해 클릭 당 주문(click-to-order) 수를 두 배 이상 끌어 올렸다. 지역별 특성에 적합한 고객 유입 매체를 활용해 마케팅 자원 효율을 최적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사례는 고객 확보, 매출 증대, 효율적 자원 배분 등의 고민을 갖고 있는 대다수 국내 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은 흔히 빅 데이터 분석 결과를 경영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위해 네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 기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히 정의한다. 앞서 언급한 기업은 고객 확보를 위한 효과적인 마케팅 자원의 활용이라는 문제를 명확히 했다. 둘째,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정확히 인지한다. 기업 내 데이터로 충분한지, 부족하다면 어떤 데이터가 추가로 필요한지 파악해야 한다. 인터넷상에 남겨진 비정형화된 고객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지,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지, 시장 조사 기관의 데이터를 구매하거나 데이터 수집을 의뢰해야 하는지 등의 사항도 결정해야 한다.
셋째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제공하는 분석을 시행한다. 무조건 다량의 데이터에 고난도의 최신 분석 기법을 적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데이터 용량의 증가와 분석 기법의 복잡성은 필연적으로 컴퓨터 자원과 처리 시간을 늘린다. 마지막으로 분석 결과로 고객과 시장에 관한 통찰력을 얻고 경영학적인 시사점을 도출해 내야 한다. 넷그로서닷컴은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마케팅 자원의 배분을 월별·지역별로 최적화 할 수 있었고, 다이퍼스닷컴은 지역별로 차별화된 고객 확보 매체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빅 데이터 이해를 위한 첫걸음은 데이터 규모에 대한 관심이 아닌 데이터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경영 전략을 도출할 때 데이터는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하고 이 역량이 바로 빅데이터 시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