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포럼]노후아파트에 그린을 입히자

국내 총 에너지의 25%를 건물에서 소비한다. 그러나 건물의 낮은 에너지효율로 인해 매년 17조원의 에너지가 낭비된다. 에너지 소비·온실가스 배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물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전국 670만동에 이르는 기존 건물 가운데 20년 이상 노후한 건물이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린오션포럼]노후아파트에 그린을 입히자

20년 이상 오래된 아파트는 단열성능이 낮아 겨울철 난방비용이 많이 들고 세대 당 실내 온도조절 장치가 없기 때문에 동일한 단지 내에서도 거주 세대마다 주민이 다른 실내온도에서 생활하게 된다. 추운 저층세대 주민에 맞춰 난방에너지를 공급하면 에너지 비용이 올라가고 고층세대 주민들은 덥다고 불평을 한다. 에너지가격이 낮았던 시대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노후아파트의 난방에너지 낭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린리노베이션(Green Renovation)을 제안한다. 그린리노베이션은 기존의 노후화하고 단열성능이 낮은 창호를 고성능 고기밀 창호로 교체하고 단열재를 건물 외벽에 붙이는 외단열 공사 및 설비교체 등으로 건물의 에너지 소비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다.

통상 노후 아파트를 그린리노베이션으로 개보수하면 약 10~15년이면 에너지절감비용으로 초기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특히 초기투자비용을 20년 이상 장기간 나누어 갚는 가칭 `그린모기지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그린리노베이션을 활성화 할 수 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주민들이 단지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그린리노베이션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전문가와 협의한다. 타당성이 입증되면 주민들은 그린모기지를 운용하는 금융기관에서 융자금을 지원받아 그린리노베이션을 실시한다. 융자금액을 20년으로 나눠 월별로 갚으면 매월 절감되는 에너지비용보다 낮은 금액으로 상환할 수 있다. 그린모기지를 장기수선충당금(공동주택의 엘리베이터 등 주요시설 보수 및 교체에 대비해 적립해 놓는 금액)과 연계해 운용하면 큰 효과가 있다.

그린모기지는 아파트 소유주가 바뀌어도 새 소유주가 상환하게 됨으로써 초기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다.

혜택도 다양하다. 우선 에너지절감으로 난방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단열성능이 열악한 창이나 벽체를 개선함으로써 난방비용을 40%정도까지 절감할 수 있다. 단열성능이 높아지고 난방 에너지가 손실되지 않아 고층과 저층 모든 세대에서 주민이 원하는 범위의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아파트 가치도 높일 수 있다. 건물 창호와 외벽 개보수로 아파트 외관을 개선함으로써 자산 가치가 높아진다. 경제불황으로 관리비 절감형 아파트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아파트 가격도 높일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주거복지 실현과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저소득층이 거주하고 있는 노후주택에 그린리노베이션을 실시함으로써 이들의 난방 에너지 관련 주거비용을 낮출 수 있다. 저소득층을 위해 주거복지차원에서 그린모기지 지원기금을 조성하고 저소득자 주택을 대상으로 지원해야 한다.

경기부양을 위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전국적으로 1000만세대의 공동주택 가운데 10%만공사해도 약 100만건의 새로운 일거리가 만들어진다.

그린리노베이션은 건물 수명 연장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건물 노후화에 따른 재건축을 줄여 자원절감 효과는 물론이고 환경보호에도 큰 기여를 한다.

100만세대를 기준으로 고기밀 고단열화 그린리노베이션이 이루어지면 연간 약 5000억원의 에너지 비용 절감이 기대되며 건물 수명을 고려하면 10조원의 절감효과가 예상된다. 그린리노베이션과 그린모기지시스템이 새로이 출범하는 정부가 해결하고자 하는 저소득층의 주거복지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으로 실현되기를 희망한다.

조동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dwcho@kic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