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처 업무보고가 나흘차에 접어들면서 박근혜노믹스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 11일 업무보고 첫날 중소기업청에 이어 12일 지식경제부, 13일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 업무보고를 받았다.
해당 부처는 `중기 대통령`을 표방하고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밝힌 박 당선인 정책 구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인수위도 중소기업 지원과 경제민주화 등 박 당선인 공약을 이행할 정책 로드맵 보완을 주문하며 박근혜노믹스를 구체화했다.
◇중기 적합업종 법제화
11일 중소기업청 업무보고는 박 당선인 공약 관련 중소기업 보호·육성 정책 강화 방안이 주를 이뤘다. 대기업 횡포를 견제하는 3불(시장 불균형, 거래 불균형, 제도 불합리)해소 방안과 중소기업 지원·혜택을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중기청은 적합업종 선정을 법제화해 강제력을 부여하고, 징벌적 손해 배상제를 도입해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를 엄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인 중소기업에 대해 기술유출·탈취, 납품단가 압박 등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로 중소기업이 입은 피해의 10배까지 대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속 고발권을 폐지해 대기업 견제 권한 확대를 도모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에 집단 소송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증여세·상속세 혜택을 현실적 수준으로 확대해 가업 상속 부담을 줄이고 중소기업 근무 우수 기술인력에 세제 혜택을 줘 기술 중소기업 인력난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10조원 규모 소상공인진흥기금을 조성하고, 관련 공단을 설치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의견도 제시했다.
중기청은 이날 정책·현안 보고와 함께 차관급 외청에서 장관급 독립 기구로 조직 위상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으나 인수위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부처로 승격돼 법령 제·개정권을 쥐어야 일관된 중소기업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취지였지만, 인수위 반응은 싸늘했다. 일부에서는 중기청 부처 승격이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인수위 “공약 이행 주문”
지식경제부는 12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정보기술(IT) 융합 산업 발전 가속화 △에너지 수급·관리 안정화 △중견기업 적극 육성 등을 골자로 보고했다. 지난 5년간 펼친 융합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IT 부문 흑자가 우리나라 전체 산업 흑자의 세 배에 달하는 점을 강조했다. 지경부는 올해 IT 융합확산과 SW산업 육성 등에 총 1조3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급부상한 중소·중견기업 육성론에 맞춰 지경부 내 전담조직 중견기업정책관을 통해 중견기업 육성에 힘쓸 계획도 밝혔다.
인수위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공약 이행계획과 관련해서는 보완을 요구했다. 인수위는 지경부에 부처 업무보고와 공약 이행계획 간 연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경부가 창조경제, 대중소기업 상생 등 당선인 주요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보고한 이행계획이 기존 부처 업무계획과 거리감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인수위가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기 보다는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을 실천하는 데 정부 부처 업무보고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됐다.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당선인의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정보통신기술(ICT) 전담 조직 적극 검토` 공약과 관련해 지경부가 적극 조직방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지경부는 현 부처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식으로 조직개편 반대론을 펼치진 않았다. 부처 본연의 업무보고에 주안점을 뒀다. 전날 중소기업청이 장관급 조직 승격을 요청한 후 인수위의 반응이 싸늘했다는 점도 감안됐다.
◇경제위기 관리에 중점
기획재정부는 13일 업무보고에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거시 경제정책은 당분간 위기관리에 무게를 두되, 경기를 활성화하고 투자를 촉진하는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다만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업무보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자국의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의 여파로 여유 자금이 국내에 들어와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우려에 대한 대책도 담겼다. 다만, 당장 구체적인 행동에 착수하기보다는 선물환포지션 한도와 외환건전성 부담금 요율 조정 등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에서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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