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 snow)`이 오면 세상이 하얗게 변하듯 기존 타성과 통념, 고정관념과 관습의 눈에서 벗어나 새로운 `눈(目, eye)`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눈(雪, snow)`을 아름다운 설경(雪景)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目, eye)`을 바꿔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지 않고 설경을 아무리 바라보아도 설경은 황홀경(恍惚境)의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겨울에 피는 가장 아름다운 꽃은 `눈꽃`이고,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빛은 `눈빛`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총은 `눈총`이고 살아가면서 찌지 말아야 될 살은 `눈살`이다. 세상에서 가장 미끄러운 길이지만 동시에 가장 낭만적인 길은 `눈길`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매는 `눈매`다. 낭만적인 눈길에서 아름다운 눈매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사람은 `눈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독한 독은 `눈독`이고 세상에서 가장 슬프기도 하지만 기쁜 감동적인 물은 `눈물`이다. 세상에서 가장 보기 싫은 꼴은 `눈꼴`이고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짓은 `눈치` 주는 행위다.
`눈꽃`이 피는 한 엄동설한의 겨울이 되어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이심전심의 `눈빛`만 있어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다. `눈총`을 주면 `눈치`를 보고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눈매`가 달라진다. 엉뚱한 것에 흑심을 품고 `눈독`들이다. `눈꼴` 사나운 일 당하지 말자.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눈총` 주면서 `눈살` 찌푸리게 하지 말고 따뜻한 `눈매`에서 나오는 `눈빛`으로 무언의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짓은 `눈짓`이다. `눈짓`만 봐도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사람들의 `눈가`에는 언제나 밝은 미소가 번져 있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언제나 희망이 담겨 있다. 눈은 마음을 담고 있다. 눈에는 그 사람의 삶의 깊이가 담겨 있다. 삶의 깊이는 아픔의 깊이다. 살아오면서 체험한 나의 아픔의 깊이가 곧 내 삶의 깊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그 사람이 어떤 아픔을 체험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아픔의 궤적이 눈빛에 나타나고 얼굴에 나타난다. 얼굴은 그 사람의 얼이 굴로 파여서 생긴 삶의 흔적을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