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기업의 궁극적인 번영은 수출에서 온다는 점에 모두 동의하고 있고 정부도 SW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UN평가에서 연속 1등한 전자정부 수출을 위해 지식경제부는 수출전담 부서를 만들었다. 행정안전부는 장차관이 직접 해외로 뛰면서 전자정부를 홍보하고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SW 수출 실적은 한국의 대표 브랜드인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조선분야에 비하면 아직도 미미하다.
정부가 팔 걷고 나서고 우리 사회가 목말라하는 SW 수출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자랑하는 전자정부는 세계에서 인정받은 가장 빠르고 편리한 시스템이다. 한국 시장에서 외산 SW를 밀어내고 선전하는 일반 SW시스템은 해외에서도 가격 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한국식 전자정부, 혹은 사용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저개발국은 대부분 고객주문맞춤형(customization)을 요구하는데 이 점은 한국 SW 기업이 누구보다 자신 있어 한다. 고객사 현장에서 먹고 자면서 고객 요청을 100% 들어주면서 납기를 맞추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정작 수출은 이루어지지 않을까.
두 가지 문제다.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선진국은 지식재산권이, 그리고 저개발국가는 `저가`가 발목을 잡는다. 국내에서 SW 사업은 정부든 사기업이든 지식재산권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부가 아무리 `선진 지식사회`로 가야 한다고 외치지만 정보기술(IT) 부서 현장에서는 누구도 지식재산권을 따지거나 체크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허 하나 가지고 평생 벌어먹을 일이 있느냐`며 비아냥거릴 뿐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SW 기업 가운데 해외 특허를 갖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이런 형편에 미국이나 유럽 SW 수출이 가능할까.
저가 문제는 SW를 저개발국으로 수출할 때 반드시 부딪치는 문제다. 저개발국에서 SW는 아직도 문화상품에 속한다. 매년 6% 이상의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 중남미 국가도 모두 정부·교육·제조·기업관리에 SW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문제는 저개발국의 투자 우선순위가 도로·전기·통신·의료·교육 등의 기초 시설에 집중되고 IT투자는 아직도 뒷전이다. 정부기관이 쓰는 대부분의 컴퓨터는 문서 적성과 이메일 체크용이다. 업무는 아직도 서류 중심으로 이뤄진다. 한국이 전자정부 수출을 아직 유·무상 원조 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선진국이든 저개발국이든 문제는 달라 보이지만 치료 방법은 하나다. SW 기업 가운데 새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고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경비를 감당할 여유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저개발국이 원하는 솔루션을 우리가 갖고 있다고 해도 저개발국이 요구하는 가격을 맞춰줄 여력이 없다. 두 가지 문제는 국내 SW 기업의 수익성이 낮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국내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여야 수출이 가능한 이유다.
한국 SW 업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기관이나 대기업 프로젝트에서 대형 시스템통합(SI) 기업의 `저가 수주` 관행이다. 대형 SI 기업의 가격 후려치기 때문에 솔루션 업체의 저가수주가 계속되고 결국 기업의 저수익성과 훌륭한 인재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SW는 하드웨어 장비의 부속품`이라는 정부 당국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은 한 수출은 불가능하다. SW가 아무리 인력 고용효과가 크고, HW 산업의 효율성과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외쳐도 저가 수주와 팍팍한 업체들의 형편으로는 SW 수출이 불가능하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이 때 정부기관의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이유다.
SW산업은 엄청난 인력 고용효과와 높은 부가가치, 그리고 우리가 강한 하드웨어 산업을 더 강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다. SW산업의 성장을 위해, 그리고 해외 수출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SW제값 주기`를 해야 하는 이유다. 새 정부 출범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SW제값 받기`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걸어본다.
최종욱 마크애니 대표 juchoi@marka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