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청어람 청출어람

청어람 청출어람(靑於藍 靑出於藍).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에 나오는 말로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30여년 전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첫 수업시간에 국어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다. 그 당시 이 말을 듣던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했던 기억이 난다.

유진선 한국ATMI 대표
유진선 한국ATMI 대표

나는 베이비붐 세대다. 60년대 초반에 태어나 80년대 초부터 대학을 다녔고, 졸업 후 취업을 하여, 직장생활을 해오고 있다. 당시 60년대 초 내가 태어났던 경기도 양평에는 전기불도 들어오지 않았었고, 저녁이면 군불 때고, 쇠죽 쑤는 일이 일상이었었다. 지금의 IT와 아파트 문화에 젖은 우리로서는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부모님은 “일하면서 싸우자”의 자세로, 해방과 전쟁 후 맨땅에서 우리나라를 일구어 내셨다. 그리고 우리의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님 세대의 일자리를 물려받아 더욱 발전시켜왔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땀과 노력이 발전의 터전이 된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이제 우리나라는 무역규모로 세계 10위권 이내에 들어갔고,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냈다. 그 배경에는 우리 베이비붐 세대의 노력과 땀이 들어있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군인정신과 “빨리빨리” 문화가 IT 산업의 속도전쟁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나는 IT관련 다국적 기업의 한국지사장 생활을 10여년 해오고 있다. 10년 전에 비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위상은 하늘과 땅만큼 달라졌다. 본사의 글로벌 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을 해보면 모두가 “어떻게 한국기업들은 점점 더 강해 질 수가 있느냐”.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 어디에도 통한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키우지 않으면 키울 곳이 없다”. “한국사람들 대단하다.” 등등 우리에 대한 기대와 관심 일색이다. 그리고 그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는 우리와, 한국 밖에서 보는 우리에는 시각차이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요즈음의 경제상황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좀더 긍정적인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음 세대인 우리 젊은이들도 베이비붐 세대보다 훨씬 우리나라를 발전 시킬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요즘 기성세대의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소위 `세대차`라고 불리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와의 사고차이는 어느 세대에나 있었다. 요즈음 세대간 사고와 시각차이는 더 심한 것이 사실이다.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말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에는 재주 많은 젊은이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양성이 공존하지만, 대다수의 젊은이 들이 미래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열심히 살아온 만큼 또한, 자녀교육에 정성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장기불황, 고령화, 빈부차, 저성장 등 별로 즐거운 소식은 없고, 희망을 이야기 하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우리는 어디선가 희망을 보아야 한다. 나는 우리의 젊은 세대로부터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 재주 많은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정말 경이롭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류로 불리 우는 우리 대중 문화의 우수성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제자가 스승보다 더 뛰어 날 수 있듯이, 우리의 다음세대는 베이비붐 세대 보다 휠씬 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훌륭한 젊은이들이 우리나라를 더욱 더 든든한 반석 위에 올려 놓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의 젊은 세대에 미래 희망이 있다.

유진선 한국ATMI 대표 jyu@atm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