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 평양과기대 총장 "동북아 과학 교육 허브 구축하겠다"

“북한은 중국보다 더 폐쇄적인 국가입니다.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이 평양을 방문한 것은 중국 정부에 항의 제스처를 취한 것이죠. 중국보다 닫힌 북한 평양과학기술대를 방문해 IT 개방을 논의 했다는 것만으로도 구글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된 셈입니다. 북한은 이 체제 내서도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다는 홍보 수단으로 삼은 것입니다.”

김진경 평양과기대 총장 "동북아 과학 교육 허브 구축하겠다"

김진경 평양과학기술대·연변과학기술대 총장은 지난 7일 에릭 슈미츠 회장이 평양에 들어간 이유를 `중국에 대한 반기`라고 평했다. “국민이 이메일조차 보낼 수 없는 IT 통제 정부 아래서 유일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남북합작 사립대학교인 평양과학기술대를 찾아 중국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냈다”는 것이 김 총장의 설명이다.

김 총장은 2009년 평양시 락랑구에 평양과기대를 설립했다. 평양과기대는 대학교육으로 민족화해와 협력을 이끌며 한반도 통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년 첫 수업을 시작했다. 378명 북한 학생이 미국·캐나다·영국·중국 등 국제 교수진 70여명에게 전자·IT 등 다양한 과학기술을 배우고 있다. 김 총장은 “북한이 평양과기대 안에 IT 인프라 구축을 허가하고 비용을 내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북한에서 유일하게 구글에 접속할 수 있는 민간 구역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평양과기대 학생이 모두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김 총장은 “학생에 대한 교육과 관리가 없다면 북한 체제가 유지 되겠는냐”며 반문했다.

평양과기대는 3월 나선시에 분교를 연다. 김 총장은 “IT·과학기술을 넘어 경제·금융·무역 등 세계 기업가의 노하우와 정보 습득을 위해 나선 캠퍼스 오픈을 결정했다”며 “북한 공무원을 시작으로 경쟁력 있는 경영인재를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주의에 익숙하지 못한 북한 사회에 경제 개방의 단초가 되리란 것이 김 총장의 생각이다.

평양과기대는 1992년 김 총장이 문을 연 연변과기대가 중국내 우리 동포를 상대로 선진과학기술교육을 펼쳐 우수 인재를 양성한 성과를 보인 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요청으로 설립됐다. 김 총장은 “연변과기대는 이미 중국내 100위권 안 일류대학으로 거듭났다”면서 “연변과기대가 없었다면 평양과기대를 세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양과기대를 중심으로 동북아 과학기술 교육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유럽연합처럼 동아시아도 통합이 될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우선은 경제적 통합이 우선되고 있습니다. 노력하면 정치적 통합도 가능하겠죠. 지금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 중인 한국은 일본과도 경제 협력 체계를 구축하리라 봅니다. 한·중·일 중심으로 통합된 동아시아권을 위해서 남북 통일이 전제돼야 합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분단 후 한국사회에 만연한 이분법적 사고를 전환하라는게 김 총장의 조언이다. 김 총장은 “보수 진보를 나누지 말고 화해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미래 사회에서 한국이 북한을 품지 못한다면 미로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정치란 색안경을 벗고 `민족 발전`이란 프레임으로 접근하라는 주문이다.

대한민국 서울 명예시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평양 명예시민. 중화인민공화국(중국) 영구 시민권과 미합중국(미국) 시민권 보유한 김총장은 스스로를 `통일된 사람`으로 칭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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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