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인쇄 공정으로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리튬이차전지 제조 기술을 우리나라 연구진이 개발했다. 그동안 배터리 크기나 디자인 한계로 인해 상용화가 힘들었던 차세대 모바일 기기 제조가 가능해졌다.
울산과기대 이상영 교수와 공주대 조국영 교수 연구팀은 간단한 인쇄 공정을 통해 형태 변형이 자유로운 고성능·고안전 플렉서블 리튬이차전지 제작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재료분야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리튬 이온 이동이 가능한 나노 물질을 조청과 같은 흐름 특성을 갖도록 제조한 후, 빵에 잼을 바르듯 전극 위에 인쇄해 30초 이내로 자외선에 노출시킴으로써 높은 효율과 유연성을 갖는 고분자 전해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상용화한 리튬이차전지는 필름 형태의 양극, 음극, 분리막을 포개어 모은 후 액체상태의 전해질을 도시락 같은 케이스에 주입하는 형태다. 이 방법을 두루마리 디스플레이처럼 유연성이 필요한 전자기기에 쓰기 힘들다. 또 액체전해질을 사용한 리튬이차전지는 분리막이 열에 반응해 녹아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폭발하는 문제도 있다. 또 액체 전해질 대체를 위해 개발해 온 기존 고분자 전해질은 성능(이온전도도 등)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액체 및 고분자 전해질과 달리 3차원 구조 전극 등 다양한 모양을 갖는 지지체 위에 별도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인쇄 공정을 통해 직접 생산할 수 있다. 전지 구성요소(양극, 음극, 전해질)를 순차적으로 직접 발라(인쇄)으로써 전지 제조가 가능하다. 연속 생산이 가능해 상업성이 있다. 기존 액체 전해질을 사용한 리튬이차전지의 분리막을 없애고 고체형태로 제조해 안정성도 있다.
액체 전해질에 비해 40배 이상의 높은 점도를 가져 마이크론 단위 미세 구조까지 제조할 수 있다. 수 시간 이상 걸리던 기존 이차전지 제조공정에 비해 30초 이내의 짧은 시간으로 고분자 전해질 제조가 가능하다. 이상영 교수는 “국가 주력산업으로 성장한 이차전지 분야에서 그동안 극복하지 못한 난제였던 인쇄 가능한 고분자 전해질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며 “향후 전고체 전지, 리튬-에어 및 리튬-설퍼 전지 등의 차세대 전지에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