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HP' 매각설 '델'…위기의 PC들

스마트 기기의 확산으로 세계 PC시장 규모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부침을 거듭한다. 부진을 거듭해온 델은 급기야 매각설에 휩싸였다. 당분간 글로벌 PC기업들은 뼈 아픈 구조조정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블룸버그 등 외신은 세계 3위 PC 제조업체 델이 두 곳 이상의 사모펀드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대형은행도 관련 인수협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아직 협상이 초기 단계인데다 자금 조달 어려움 등으로 결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증시에서 델의 주가는 한때 12%나 상승했다.

델은 지난 2006년 HP에 1위 자리를 빼앗긴 후 지속된 사업 부진으로 기업가치가 급락세를 보여왔다. 최근 1년 새 시가총액은 30% 이상 줄어들었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7%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HP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같은 날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4분기 세계 PC시장에서 HP가 레노버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HP는 시장점유율 16.2%를, 레노버는 15.5%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HP가 6년간 지켜온 1위 자리를 레노버에 뺏긴 패배를 설욕했다. 전문가용 PC부문에서 선전한 것이 도움이 됐다.

그러나 HP와 레노버의 점유율 차이를 보면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2011년 4분기 1.9%포인트(P)였던 점유율 격차가 지난해 4분기에는 0.7%P로 줄었다. HP는 역성장한 반면에 레노버는 8.2%나 성장했다. PC업체 중 가장 빠른 속도다.

글로벌 PC시장은 구조적인 변화에 휩싸였다.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이 확대돼 지난해 4분기 세계 PC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4.9%나 줄어든 9040만대에 머물렀다. 2012년 전체시장은 3억5270만대로 전년보다 3.5%가량 축소됐다.

대만 에이서와 아수스 등도 노트북보다 스마트패드로 추를 옮겼다. HP는 사업부 통합과 인력 감축 등을 진행 중이다. 델 역시 새 해법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타가와 미카코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패드가 PC시장 지형도를 바꿨다”며 “구형 PC를 바꾸지 않고 새 스마트패드를 사는 소비자가 늘고 공유 PC 사용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가 스마트패드는 이런 추세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했다.

[표] PC업체별 출하량 추정치 (자료: 가트너, 단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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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