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대로 나왔다.”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한 15일 저녁 신년인사회를 위해 여의도 63빌딩에 모인 ICT 업계·정부 관계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기 정부 조직 개편안을 두고 나온 여러 시나리오 중 규제와 진흥 분리, 과학과 ICT 부처 통합안만큼은 원치 않았던 안이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한 관계자는 “산업에 대한 진흥책과 규제는 적절히 상황에 맞춰 적절히 써야 하는 정책 수단인데, 현 정부보다 더 분리한 잘못된 개편안”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먼 미래를 위한 장기적 정책 중심인 과학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산업환경에 발맞춰야 하는 ICT는 전혀 다르다”며 “이를 한 부처로 통합한 건 현 정부의 `교육+과학`과 같은, 실패한 통합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통신업계 고위관계자는 “기대했는데, 섭섭하다”는 말로 소감을 밝혔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아직까지 세부기능 분배안이 나오지 않아 성급히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규제 역시 산업 진흥의 수단 중 하나로 써온 건 맞는데 인위적으로 분리한 것은 아쉽다”며 “미래창조과학부 내에서 오히려 ICT의 빠른 정책 결정에 밀려 과학 정책 기능이 제대로 수립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대책과 세부 기능 분배 등을 부처 영역싸움이 아닌 효율적 정부 기구 구성이라는 관점에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조직 대폭 축소 시나리오가 비껴간 데다 통상업무가 15년만에 넘어오자 반색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업무가 중소기업청으로 이관된 것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표정관리에 가깝다. 지경부 직원들은 중견기업과 지역특화 조직을 떼내게 된 것에 아쉬워했다. 중견기업 부문은 지난해 국장급 조직을 신설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것이다.
지경부는 2008년 `산업자원부`에서 현 이름으로 바뀐 지 5년 만에 다시 부처명을 바꾸게 됐다. 지경부는 조직개편 발표 직후 장관 주재로 실장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개편안 분석에 들어갔다. 지경부는 “조직 유불리에 관계없이 당선인 조직 개편 방향에 맞춰 부처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직개편 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지경부 내 ICT 관련 조직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미래창조과학부에 ICT 전담 차관 조직 신설이 결정됐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조직이 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아직 모르겠다. 좀더 지켜봐야겠다”며 말을 아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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