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정치는 어떻게 이동하는가(Creating a New Civilization)

“정치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제3의 물결 정치 세력들은 계속해서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정당 바깥에서 스스로를 표출하고 있다. 수 많은 풀뿌리 조직을 만들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제3의 물결 세력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정당은 미래의 정치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정치시스템을 통해 사회에 울려 퍼질 때 우리 앞에는 그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가 펼쳐질 것이다.” (157~158쪽)

[북스 클로즈업]정치는 어떻게 이동하는가(Creating a New Civilization)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눈 앞이 환해졌다. 지난 연말 18대 대선을 앞두고 귀에 못이 박힐만큼 들었던 `새 정치`라는 단어가 순간 떠올랐다. 정말 20년 전에 쓰여진 책이 맞을까.

이 책은 `미래 쇼크(The Future Shcok·1970년)` `제3의 물결(The Third Waves·1980년)` 등의 희대의 베스트셀러로 미래학 구루가 된 앨빈 토플러가 쓴 정치학 지침서다. 1994년 발표된 것이 최근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주장이 다시 세상의 빛을 본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나 답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치 지도자들은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나오는 주요 기사들-정치적 충돌과 기술 혁신 등을 별개의 독립적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구태의연한 과거의 정치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믿었다. (중략) 다가오는 미래의 새로운 문명은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들에 대한 근원적인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저자 서문에서)

농업 혁명, 산업 혁명을 거쳐 제3의 정보화 혁명이 미래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예견했던 그다. 기술혁신이 가져다줄 변화의 핵심을 꿰뚫고 있으니 그의 논점이 권력 이동이나 정치 생태계의 변화에 이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원작 `Creating a New Civilization:The Politics of the Third Wave`가 발간될 즈음 미국 정치계엔 혼란과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 동독의 몰락과 구소련의 붕괴, 캐나다와 일본의 권력 교체 등 글로벌 정치 환경이 급변하고 있었다. 미국 역시 좌파와 우파로 나뉘었던 기존 정치 구도가 흔들리면서 좌절과 회의론, 냉소주의가 엄습했다.

토플러는 당시 세계 정치가 직면한 상황을 낡은 정치와 새 정치의 대립 국면으로 해석했다. `제3의 물결`이 정치사회에도 영향을 미쳐 권력이 이동하고 새로운 정치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제3의 물결 정치 모델`이다. 그는 지식 기반 사회가 되면 지식네트워크로 인한 정치세력화가 가능하고 새 정치를 위해서는 `반(半) 직접민주주의`와 `의사결정의 분배`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한다.

산업화 시대의 산물인 대의 정치와 양당제의 한계도 지적했다. 수용하거나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대량의 의견과 욕구가 정당과 정부에 집중화돼 있다. 아이디어를 암살하는 낡은 시스템으로 가득하다.

반면에 정보화시대 새 정치는 유권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고 권력과 의사결정권을 분배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기술(IT)로 연결된 국민과의 소통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추천사에서 “저자들은 역동적인 미래의 긍정적 틀 안에서 지금의 혼란을 바라 볼 수 있는 열쇠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21세기식 새 정치를 원하는 독자에게 그의 주장은 새삼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앨빈 토플러·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원호 옮김. 청림출판 펴냄. 1만5000원.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