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무선 네트워크 시장이 지난해 처음으로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롱텀에벌루션(LTE) 투자 등 내수 시장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거의 없어 내수 의존형 시장전략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최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유무선 네트워크 시장은 6조2440억원 규모 시장을 형성했다. 이중 통신사업자 시장은 5조5530억원이며 기업망 장비시장은 6910억원 규모에 달했다.
ETRI 조사에서 국내 유무선 네트워크 시장인 6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까지 전체 시장은 5조9360억원 규모였다.
ETRI는 국내 네트워크 시장이 연성장률 3.6%를 기록해 2015년 7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유무선 네트워크 업체의 내실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의 성과가 해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에 따르면 2011년 주요 국산통신장비 기업 50개 수출규모는 408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3%에 머물렀다.
KANI 관계자는 “2012년에도 이 같은 경향이 크게 달라지 않았다”며 “대부분 기업이 내수 시장을 버팀목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 성과가 해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통신사가 수요예보제, 중소업체 상생경영 등 동반성장 프로그램으로 내수를 이끌었지만 여전히 자립형으로 내실을 쌓는 업체가 부족하다.
수출 실적 부진은 이 같은 문제점을 극명히 드러낸다. 중견 네트워크 A사는 최근 북미 사업 재점검에 들어갔다. 무선을 제외한 대부분 유선 업체들은 올해도 마땅한 해외진출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하는 선진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 진출이 가능한 지역을 타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인 장비 매뉴얼도 갖추지 못하고 북미나 유럽 등에 도전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이 실정”며 “오히려 동남아, 아프리카 등 3세계 시장을 겨냥한 맞춤 기술, 제품을 생산해내야 수출 물꼬를 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책도 개선이 필요하다. 구교광 KANI 전무는 “수출보험공사에서 국내 업체가 거래하는 해외 통신회사의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금융지원을 해주지 않아 어렵게 성사된 네트워크장비 수출이 무산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며 “초기 투자비는 많이 소요되나 가입자는 서서히 증가하는 장치산업 특성을 반영한 평가기준 개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표> 국내 유무선네트워크 시장 현황(단위:십억원)
자료:ETRI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