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60>디지털의 편리함이 인간의 능력을 퇴화시킨다!

명절과 연휴 때면 무한 복제되어 건네는 의례적인 인사 메시지. 최소한 상대방의 이름이나 의미 있었던 일 정도는 거론하고 성탄 인사를 보냈으면 좋겠다. 무작위로 퍼다가 나르는 복제방식의 성탄 인사는 안 보내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이럴 때 일수록 자신이 직접 쓴 따뜻한 한 줄의 문장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깊은 감동을 가져올 것이다. 디지털의 편리함이 인간적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디지털 시대일수록 아날로그적 향수를 자극하고, 편리한 복제가 불편한 복선을 깔고 있다는 것, 우리 모두가 알아야 될 사실 중의 하나다.

디지털 시대가 발전할수록 과거에 인간이 손발을 움직여 직접 뭔가를 만들었던 노력을 점차 디지털 기술이 대신해주면서 사람은 점점 더 편리함에 탐닉되어 간다. 청어를 잡은 어부가 어망을 갖고 집에 도착하는 순간 어망의 청어는 모두 죽어 있었다. 어부의 고민은 청어를 어떻게 하면 싱싱하게 살아 있는 상태로 집에까지 가져갈 것인가에 있다. 고민 끝에 어부는 청어가 들어 있는 곳에 메기 몇 마리를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어망에 든 청어가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는 게 아닌가. 메기에게 잡혀 먹지 않기 위해서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언제나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청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긴장감의 유지는 삶의 활력소다.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수고와 정성을 덜어주는 효율적이고 편리한 기술이지만 땀 흘리는 인간의 노력을 대신해주는 정도가 높아질수록 디지털은 인간적 삶을 황폐화시키는 장본인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땀을 흘리지 않는 인간, 땀 대신 침 흘리는 인간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는 징표다. 첨단기기로 무장한 사람을 보고 침 흘리지 말고 첨단기기 조차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연마하기 위해 땀 흘리는 수고스러운 노동을 체험하라. 그것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