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 시대 카운트다운]<3>빅데이터와 최적화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우리 사회가 농경과 산업화 사회라는 두 번의 물결을 거쳐 정보화 사회라는 제3의 물결을 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43년 전인 1980년 일이다. 당시 그는 지금 사회가 아주 어지럽고 혼란스럽지만 제2의 물결에서 제3의 물결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진단했다. 제조업 대량생산은 정보화 시대로 넘어가면서 완전한 주문 생산이 되어 실질적으로 한 제품 당 한 점이 생산되는 `일종일점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림> 국내 한 제조 기업의 SAO(Software Asset Optimization) 그래프. 녹색 부분이 전체 구매 소프트웨어 양이고 붉은 색 부분은 요일마다 실제 사용한 양이다. 실제 사용량보다 약 2배 이상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있다.
<그림> 국내 한 제조 기업의 SAO(Software Asset Optimization) 그래프. 녹색 부분이 전체 구매 소프트웨어 양이고 붉은 색 부분은 요일마다 실제 사용한 양이다. 실제 사용량보다 약 2배 이상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로 `대량생산, 대량소비`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자동차 회사 포드는 포디즘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남기며 시대를 풍미했다. 적은 노동력으로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목적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자동화`는 제 2의 물결의 키워드였다.

두 물결이 대립하던 40여 년의 과도기는 이제 끝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제2의 물결을 이끌었던 제조업이 확실히 제3의 물결에 올라타고 있기 때문이다. 포드가 이끌었던 자동화는 빅 데이터를 등에 업은 기업에 의해서 조금씩 힘을 잃고 있다.

스페인 패션 유통 기업 `자라(ZARA)`가 대표적이다. 자라는 대량 생산 대신 소량 생산의 길을 택했다. 토플러가 말한 `일종일점`에 한 발 다가간 것이다. 자라는 `소량생산 적기판매`라는 목적을 정하고 MIT 공대 데이터 과학자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매장에서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매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 후, 원하는 제품을 바로 만들어내고자 했다. 자라가 소량 생산을 위해 택한 방법은 자동화 대신 `최적화`였다.

자라의 빅 데이터를 이용한 `최적화` 방법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연구자들에 의하면 MIT 데이터 과학자가 짠 알고리즘 덕분이다. 이 방법은 아직 외부에 전부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자라의 수많은 매장마다 적정한 야의 제품을 할당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패션 사업처럼 계절을 타는 산업은 재고 문제가 가장 골칫거리다. 매장에 제품을 적절하게 공급해서 다 팔리면 다행이지만 안 팔리면 모두 손해로 떠안는다. 이를 빅데이터의 최적화 기법을 통해 해결했다.

제조업에서는 잉여자원을 `슬랙(Slack)`이라고 한다. 공정에서 남는 부분,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뜻한다. 제조업은 슬랙을 없애는 최적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현대 제조업은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시대라고 한다. 과거와 달리 컴퓨터를 이용해 모니터 안에서 가상의 제품을 먼저 만들어서 시뮬레이션을 한 후에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포드 시절에 쓰던 망치나 스패너가 지금은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된 것이다.

세계 4위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인도 `바자즈`는 자사 소프트웨어의 사용량을 조사해보고 충격을 받았다. 구매한 소프트웨어의 25%가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자즈 소프트웨어 구매금액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해 25%면 어마어마한 슬랙이었다. 회사는 당장 빅데이터 솔루션을 도입하고 사용 직원, 사용 소프트웨어, 사용 시간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취합했다. 이후 소프트웨어 사용량에 맞춰 최적량의 구입이 가능해졌고, 근무시간을 조정하여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여러 직원이 쓸 수 있도록 유연한 근무시간을 정했다. 빅데이터로 자산의 최적화를 달성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자산 최적화(Software Asset Optimization)의 성공이었다.

최적화의 가장 대표 제조 기업은 애플일 것이다.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아직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이것은 공정의 최적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슬랙을 없애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이 나왔는데, 이전 모델과 가격이 똑같다는 것은 기존의 제조 기업의 마인드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제조업을 정보화의 시각으로 봐야 가능한 일이다. 모든 공정을 데이터로 보는 빅데이터의 시각으로 실행을 한 것이다.

이 시대 최고의 경영 구루인 마이클 포터는 기업이 기억해야할 전략을 한 마디로 정의했다. “전략은 하지 않을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 제조업에서는 빅데이터가 그 전략을 수행한다. `최적화`는 제 3의 물결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알테어코리아 문성수 대표(moon@altair.co.kr)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