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다, 중견벤처!` 중견·벤처는 경제의 허리다.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는 선진국도 부러운 다수의 글로벌 대기업이 포진한다. 이들은 경제 성장에 일조했다. 하지만 이들만으론 안 된다. 이유는 많다. 기술·환경이 급변한다. 기술·서비스 융·복합도 빠르다. `공룡`으로 표현하는 대기업이 모든 것을 자체 해결할 수 없다. 아이디어도 그렇고 기술도 마찬가지다.
해답은 중견벤처다. 부족한 부분을 중견벤처에서 찾아야 한다. 대기업의 성공 파트너다. 때론 함께 신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대기업이 큰 그림을 그리면 중견벤처는 보조를 맞춘다. 역할을 바꿀 수도 있다. 순발력 있는 벤처가 새로운 트렌드를 읽고 기술을 개발해 대기업에 제공한다. 여기에 대기업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다. 글로벌 최고 상품·서비스 탄생 과정이다.
이미 해외에서 보편화됐다. 미국 보스턴 바이오기술(BT) 산업 현황을 예로 들자. 대형 제약사는 자체 개발보다 외부 의존비율이 높다. 현지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대기업이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약 8조원이 소요된다면 외부에서 신약을 조달하는데 1조원이 든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이다. 투자 리스크(위험)를 줄일 수 있고 예상치 못해 준비하지 못한 신약을 확보할 수 있다. 젊은 발명가·기술자가 벤처 창업에 나선다.
우리도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달 9일 전국상공인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에서 기업 생태계를 뜯어 고치겠다는 것이다. 방향은 명확치 않다. 다만 관가와 업계 분석을 보면 기술 그리고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게 과감한 지원을 펼친다. 세제지원뿐만 아니라 별도의 정책적 지원이 뒤따른다.
경제민주화 움직임도 한 몫을 한다. 대기업이 중견·벤처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 중견벤처에게는 기회다. 대기업이라는 확실한 시장을 활용하고 그들로부터 글로벌 시장 네트워크와 수출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다.
쉽지 않은 글로벌 경제 상황도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위기는 곧 새로운 시장을 의미한다. 몸집이 커서 대응력이 떨어지는 대기업에게는 `위기`지만 새롭게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중견·벤처에게는 기회다. 글로벌 조달에 나서는 다국적 대기업은 비용절감, 효율성 확보 일환으로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의 구매패턴에서 벗어나 저렴하면서도 참신한 제품을 찾는다.
앞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로 세계 시장을 호령해온 우리 기업은 언제나 그들의 관심사다. 이미 우리 중견·벤처는 삼성·애플 특허전쟁으로 세계 기업의 관심 대상이 됐다. 윤희로 KOTRA 아시아지역 본부장은 “우리나라 스마트폰 인기는 한국 IT 제품 전체 이미지를 제고시켰다”고 말했다. 삼성·LG전자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 커온 협력사 그리고 토종 IT중견벤처기업에게 외국 기업이 러브콜을 보낸다.
중견벤처기업도 힘을 낸다. 지난해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1000억 벤처기업` 수는 381곳이다. 전년인 2011년(315개)과 비교해 21.0%나 늘었다. 신규 1000억클럽에 진입기업 수도 87개사다. 사상 최대 규모다.
연초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신년인사회`에서 업계 대표, 기관장 그리고 국회의원은 중소벤처가 일자리 경제 해법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정부는 강한 중소기업이 나오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중소기업 시대가 왔다. 중소기업이 잘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가 살아난다”며 “스마트시대 중소벤처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는 분위기다. 넘어설 수 있다고 확신하면 웅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벤처와 중견기업에게 두려울 것은 없다. 세계 시장은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 정부도 건전한 기업 생태계 조성에 발 벗고 나선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가 성장해 온 길을 보면 난관과 위기가 있었지만 창의력과 불굴의 기업가정신으로 빛을 발했다”며 “새 정부는 창조경제로 성장 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중소중견기업 육성에 나서는 만큼 창조적 벤처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표】벤처 1000억기업 추이(단위:개사,%)
【표】벤처1000억기업 매출액 및 GDP비중 추이(단위:개사,조원,%)
※자료:중소기업청·벤처기업협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