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2013]대기업- IT코리아, 뱀의 유연함으로 시장선도 나선다

2013년에도 우리 재계·산업계는 매우 바쁘게 돌아간다.

계사년(癸巳年)이 시작된 지 한 달 남짓 지난 지금,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결산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올해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성과가 좋은 기업은 보다 더 높은 성장을, 지난해 부침이 있던 회사는 새로운 도전을 다짐한다.

올해도 경제 상황에 낙관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 경제 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도 뚜렷한 회복세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주요 기관이 내놓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 전후다. 예년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정치적으로는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다. 새 정부가 `경제 민주화`의 수위를 어떻게 잡는지가 대기업의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부처 개편도 뒤따른다. 과학기술과 ICT를 총괄하는 새 조직에 기대가 크다. 새 부처의 초기 혼선을 최소화하는 것은 기업들에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올해는 뱀의 해다. 뱀은 매우 유연성이 뛰어난 동물로 꼽힌다. 알에서 태어나 살아간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원 허물을 벗고 다시 새 모습을 갖춘다. 우리 기업들도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으로 글로벌 ITC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KT, 현대기아차 등 국내 대기업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다. 이들 간판 기업이 새해 경제를 주도하면서 대장정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들의 투자와 사업 계획은 중소기업, 협력사들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이들의 중점 사업방향이나 투자 계획은 중소·중견 기업들에는 큰 경영 정보면서 마중물이 된다.

ICT 업계는 올해의 대표 키워드로 `연결성(Connected)`과 `새판 짜기(Rebalancing)`를 꼽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는 물론이고 세탁기, 냉장고 등 모든 기기들은 연결성을 강조하면서 보다 똑똑한 삶을 만드는 쪽으로 진화 중이다. 기업의 제품 경쟁력은 단순한 제조 능력에서 통신과 연결성을 강조한 토털 대응력까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 기계산업으로 꼽히는 자동차도 최근의 주요 경쟁력은 IT로 전환됐다. 커넥티드카는 단연 새 화두다. 이런 과정에서 개별 기업의 전략은 물론이고 주변 협력업체, 부품과 세트의 유기적 협력은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생태계(에코시스템)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산업 간 칸막이도 점점 허물어지는 시대다. 이종 기업과의 경쟁과 협업은 매우 복잡한 방향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이미 TV 제조사의 경쟁자는 운용체계(OS)를 강조하는 모바일, 플랫폼 업체들이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자세로 새판에 대비해 큰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스마트`는 올해도 대기업의 연간 계획을 관통하는 대표 키워드다. 과거 하드웨어 제조업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우리 대기업들도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서비스, 기업 생태계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디자인과 지식재산권, 특허 등 소프트파워의 가치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올해 설계에서 투자와 채용을 빼놓을 수 없다. 대한민국 경제호의 미래를 위해서는 투자와 일자리 만들기를 배제하고는 이야기 전개가 어렵다.

적극적 투자는 지금보다는 향후 5년, 10년을 위해서 더 중요하다. 삼성은 위기에 더 적극적 투자를 단행하고, 이로써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전략으로 성장해 온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올해도 새 비전을 준비하면서 최고경영진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예상된다. 기존 반도체와 스마트기기, 디스플레이 이외에 의료기기 등 신수종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이미 사상 최대 투자 목표를 제시했다. 전자와 화학, 모바일·서비스 부문에 올해 총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시장선도를 경영의 넘버원 화두로 꼽고 선제적 대응과 투자를 다짐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의 분발도 필요하다. 삼성·LG가 글로벌 IT시장을 주름잡고 있다지만, 그 뒤를 뒷받침할 기업군은 크게 부족하다. `양극화`의 진전 속에 유망 중견·중소기업들은 오히려 더 감소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견 기업들이 많아져야 한다. 대한민국 IT호의 저변을 넓히는 것은 지속가능한 국가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표1. 삼성경제연구소 선정 2013년 국내 10대 트랜드

▲잠재성장률 밑도는 저성장 지속 ▲부동산발 가계부채 부실위험 고조 ▲저금리 장기화로 금융권 경영 본격 악화 ▲사회대통합 리더십 시험대 올라 ▲남북관계 전환 모색 ▲한국형 복지체계 논의 구체화

▲고효율 경영구조 변신 가속화

▲저(低)가격-고(高)가치 소비 확산

▲빅데이터의 활용 확대

▲일자리 창출과 정년연장 논의 본격화

표2.국내외 주요기관 2013년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

한국은행 2.8%

금융연구원 2.8%

한국경제연구원 2.9%

IMF 3.6%

UN 아태경제사회위원회 3.5%

기획재정부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