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판교 벤처단지, 바이오클러스터로 우뚝

“예전에 알았지만 자주 보니 사업 논의도 더 활발해졌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코리아바이오파크 B동 지하 1층 구내식당. 길게 늘어선 줄 사이로 알아보는 이들이 인사를 건넨다. 각각 다른 회사 로고가 찍힌 점퍼를 입고 있다. A, B, C 세 개 건물이 이어진 이 곳에는 22개 바이오·제약 기업이 입주해 있다. 매 식사 때마다 업계 관계자는 한 자리에 모여 안부 인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 이야기를 나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코리아바이오파크 건물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코리아바이오파크 건물

안상천 크리스탈지노믹스 상무는 “같은 건물에 있는 비씨월드제약과 일을 진행했다”며 “직접 얼굴을 보고 필요한 이야기를 수시로 나눌 수 있는 판교 건물을 200%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씨월드제약은 최근 제네릭 제품 생동성시험을 서울의약연구소에 의뢰했고 관련 자료를 식약청에 제출했다. 서울의약연구소는 크리스탈지노믹스가 2011년 흡수 합병한 임상분석 전문 회사다.

벤처기업이 다수 입주한 판교가 코리아바이오파크를 중심으로 바이오클러스터로 새롭게 부상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은 “판교 건물은 2009년 순수 민간자본이 건립한 집적 시설로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 중 가장 시너지가 나는 요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2011년 완공된 건물에는 대화제약, 화일약품, 바이오니아, 서린바이오 사이언스, 오스코텍,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22개 바이오 제약기업과 한국바이오협회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주해있다.

대지면적 1만1061㎡(3346평), 건축 연면적 5만9548㎡(1만8013평) 규모다. 바로 옆에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경기도 글로벌 R&D센터, SK케미칼, 휴온스 등이 자리해 이들과의 협력도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서린바이오 사이언스는 지난해 10월 한국파스퇴르 연구소와 공동으로 `RNAi 기술`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다. 200여명이 참석했다. RNAi는 최근 생물 의학의 진단과 치료법에 있어 획기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기술 중 하나다.

김태영 서린바이오 사이언스 본부장은 “파스퇴르 연구소는 원래 우리 고객사였지만 바이오 업계의 주요 흐름을 심포지엄으로 다룬 것은 특별한 사례”라며 “바로 옆 건물에서 논의를 진행하던 중 행사까지 열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는 국내 바이오 기업과 연구소에 연구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최신 흐름을 아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회사 성장도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코리아바이오파크 주변에는 바이오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테크윈, 안랩, 다산네트웍스, 미래에셋벤처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있다. 도보 20분 거리 이내에 300여 기업이 모여 있다.

박진수 경기과학기술진흥원 팀장은 “처음에는 정부 차원에서 기업 연구개발 터를 닦은 사례는 많지만 민간 차원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물리적 요건을 갖춘 곳은 판교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이지만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기술(BT) 기업 등 기술 선도기업이 밀접해 융합이 불붙을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라는 설명이다. 이 곳에 모인 회사는 지난해부터 `판교 테크노밸리 포럼`에서 △IT △BT △인프라·환경 구축 △인력 양성 분과 등으로 나눠 정기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각 분과 포럼에는 120명 이상의 관계자가 참여해 미래를 논의하고 있다.

문경미기자 kmm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