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방대한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찾아내는 `빅데이터`를 전사 경영에 도입한다. 정보기술(IT) 메가트렌드로 떠오른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영 혁신 및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려는 시도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그 첫발로 빅데이터 구현에 필요한 표준 기술 선정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삼성은 최근 국내외 빅데이터 관련 IT 기업들에 제안요청서(RFP)를 전달하고 지난 23일에는 설명회를 가졌다. 이달 말까지 참여 접수를 하고 다음 달 실제 성능 검증(PoC)을 할 계획이다.
삼성이 자체적으로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그간 외부에 의뢰, 빅데이터를 마케팅에 일부 활용한 적 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내부에 직접 도입한다는 점이 다르고, 특정 사업부가 아닌 전사 활용을 목적으로 추진돼 이목을 집중됐다.
업계 핵심 관계자는 “전사 경영에 접목할 표준을 선정하는 것으로 안다”며 “규모가 상당해 IBM·오라클·EMC 등 대형 글로벌 IT 기업들이 눈독을 들인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는 쓸모없게 생각되던 데이터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분석 기법이다. 일례로 사람들이 `휴가`라는 말을 언급하기 시작할 때의 기온이 21도였는데, 이때 수영복을 인터넷에서 많이 검색한다는 점까지 미리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식이다. 분석 기법이 고도로 발달해 가능해진 일이다.
삼성은 표준 솔루션 선정 후 우선적으로 반도체 제조 분야에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이나 SNS가 아닌 산업 현장에 빅데이터를 적용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빅데이터는 공장 설비에 오류가 발생하는 시점이나 최상의 반도체 수율을 나타내는 온도와 습도 등을 파악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제조 경쟁력 강화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은 그간 빅데이터의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왔다. 실제로 삼성그룹 사장단은 지난 16일 서초 사옥에서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을 초청,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빅데이터를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빅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게 당시 주 내용이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휴대폰 생산 업체의 행보는 관련 업계에 빅데이터 도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IT 기업들은 본사 인력을 한국에 급파하는 등 프로젝트 참여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 측은 빅데이터 도입 여부에 대해 `내부 사정`을 이유로 확인을 거부했다.
윤건일 기자 안호천 기자 benyun@etnews.com
-
안호천 기자기사 더보기
-
윤건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