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발생한 불산 유출 사고를 관계 당국에 즉시 신고하지 않고 자체 수습을 하려다 열 다섯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경찰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1시경 화성사업장 생산 11라인의 화학물질중앙 공급시설에서 `불화수소희석액` 공급 장치에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경보 센서가 작동했다. 불화수소희석애근 농도 50%의 액체 상태 불산이다.
경찰은 500리터(ℓ) 규모의 불산저장탱크로 연결되는 밸브관 개스킷이 노후화된 탓에 불산이 누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초 이상 징후를 감지했을 때 배관에서 불화수고희석액이 한두 방울씩 뚝뚝 떨어지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전자 협력사인 STI 서비스 작업자 5명이 밤 11시부터 다음날인 28일 새벽 4시 46분께까지 배관 정비에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불산 가스에 노출되면서 어지러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명이 숨지고, 4명이 치료를 받았다. 작업장 내부 감시카메라(CCTV)를 확인한 결과, 일부 작업자가 방독면 등 안전장구를 갖추지 않고 작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자체 수습을 위해 사고 사실을 관계 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사고 발생 15시간이 넘어 경기도청, 경찰, 소방당국의 확인 요청으로 확인해준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밝힌 조치상황에 따르면 경기도청은 오후 4시10분께 재난대책과에서 소방본부로 불산 가스 누출에 대한 확인 요청을 했다. 그러나 화성사업장과 인접한 수원 및 화성소방서는 2분 뒤 불산누출사고와 관련한 신고 내용이 없다고 도청에 회신했다.
사고 발생 17시간이 넘도록 도청과 소방당국이 불산 누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경기도와 소방당국 등은 오후 4시15분께 관할인 화성동부경찰서에 재차 확인하고 나서야 전날 오후 발생한 사고 사실을 파악했다. 뒤늦게 사고 사실을 알게 된 소방당국, 한강유역환경청, 국립환경원 등 유관기관은 현장에 출동,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삼성전자 측은 “누출된 불화수소희석액은 2~3ℓ 가량으로 극히 소량”이라며 “유출시 폐수처리장으로 자동 이송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회사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구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반면에 경기도와 경찰은 불산 누출량이 최대 10ℓ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불산(불화수소)은 반도체 웨이퍼를 세척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필수 물질이나 부식성이 강한 맹독성 물질로 용액이 피부에 묻으면 심한 화상을, 기체상태로 호흡기에 들어가면 상기도에 출혈성 궤양과 폐수종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공장에서는 2중 배관을 사용하는 등 안전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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