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닌텐도 등 스마트폰 게임에 밀려 쇠락을 거듭해온 일본 콘솔 게임 업체들에 중국 변수가 등장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0여 년간 금지했던 콘솔 게임기 수입을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가 풀려 중국 콘솔 게임시장이 양성화되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29일 로이터는 중국 문화부 소속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콘솔 게임기 시장 개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여론조사에 나선 것은 물론이고 유관 부서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지령 제정 당시 7개 부서가 관련된 만큼 개방에도 이들의 승인이 필요해 협의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비디오 게임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지난 2000년부터 콘솔 게임기 판매와 수입을 금지해왔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중국 게임 시장에서 콘솔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0.1% 남짓으로 6000만위안(약 1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그만큼 존재감이 미약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최대 PC업체인 레노버가 동작감지 기능이 탑재된 `CT510` 게임기를 출시하면서 콘솔 게임에 냉랭하던 중국 여론에도 점차 온기가 들기 시작했다. 레노버는 당시 이 상품을 게임기가 아닌 `체력 단련용 오락기기`라며 우회 마케팅을 펼쳤지만 날개 돋친듯 팔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중국 정부도 더 이상 금지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소니는 중국안전 기준기관으로부터 플레이스테이션3(PS3)에 대한 품질인증도 받았다.
금지령이 해제될 경우 콘솔 게임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니, 닌텐도 등 일본 업체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업체에도 커다란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중국 내에서 마케팅 활동을 일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식 버전으로 발매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게임기의 대부분은 암시장을 통해 거래된 것이다.
보도가 나오자마자 화답하듯 일본 도쿄 증시에서 소니와 닌텐도 주가가 크게 뛰었다. 28일(현지시각) 종가 기준으로 소니는 7.98%, 닌텐도는 3.45%가 올랐다. 소니 측은 “중국 지역에 대한 우리 태도는 아직 바뀔 생각이 없다”며 “물론 중국은 매우 큰 시장이며 기회와 가능성을 계속 타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닌텐도 측은 언급을 피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