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개편 세부 조정이 한창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짜놓은 골격에 맞춰 업무와 기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작업이다. 행정안전부와 관계 부처 기획조정실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조율 중이다. 업무 이관에 따라 해당 부처 실국은 물론이고 과장급 이하 실무 담당자의 신경이 온통 정부조직개편에 몰렸다.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까지 맞물려 공무원 사회는 일대 혼란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새 이름을 걸고 출범하는 미래창조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교통정리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등의 일부 업무를 받았다가 미래창조부에 업무를 이관하는 지식경제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정보기술(IT)과 연구개발(R&D) 관련 정부출연연구소를 비롯해 산하기관 이관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한 억측이 난무해 당사자인 지경부 측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면 오히려 펄쩍 뛰는 경우가 있다. 정작 당사자인 지경부는 가만있는데 주변에서 더 호들갑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경부에 와 있던 IT나 R&D 업무 가운데 어느 정도가 미래부로 옮겨갈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명쾌하게 답을 내리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지경부 성장동력실과 산업기술국이 통째로 옮겨 갈 것이라고 하고 또 한쪽에서는 과거 지경부로 넘어온 업무가 다시 돌아가는 수준일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한 달 정도만 지나면 교통정리가 될 일이지만 유관 산하기관은 좌불안석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특별히 챙기는 과학기술 분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R&D 업무분야는 한 걱정이다. 지경부에 있던 R&D 기능이 모두 미래부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다. 산업 R&D가 미래부로 가면 기초 R&D에 묻혀 가까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어느 부처가 산업 R&D 분야를 맡게 되던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산업 R&D의 최종 목표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국가 R&D 예산 연간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정부 출연연 등이 개발한 기술을 산업계가 받아서 상용화하는 비중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정부 출연연이 국가 R&D 예산으로 개발한 기술특허는 1만9106건(2011년 기준)이지만 민간이 이전해 가는 기술은 한 해 3200건 수준이다. 70%는 사용하지 않고 잠들어 있는 기술인 셈이다.
지경부가 정부 출연연의 R&D 성과물을 중소기업에 이전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지식정보 공유 활성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가 R&D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과제 뿐만 아니라 수요처인 산업계가 서로 가져다 쓰고 싶어 하는 연구과제도 필요하다. 물론 기업이 개발하기에 리스크가 크고 단독으로 개발하지 못하는 원천기술로 국한해야 할 것이다. R&D도 공급자 위주에서 탈피해 산업계 수요를 반영하면 낭비요소를 줄일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