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는 날이 올까요?”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는 `당연히 온다`고 확신한다. 그것도 생전에.
노 대표는 지금 우리가 정보와 기술 발전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질적 변화에 속도가 붙는 임계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불규칙하게 쌓인 데이터에서 새 질서가 나오고 있다는 말이다.
에너지에서 질량이, 질량에서 생명이 탄생한 진화의 과정이 지금 정보와 기술에서 반복된다. 막연했던 이런 느낌은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저서를 접하며 또렷해졌다. 커즈와일은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기술이 폭발적으로 진화하는 시기의 초입에 들어섰고 곧 기술이 무한 진화하는 `특이점`이 온다”며 “그 형태는 기술과 바이오의 결합”이라고 내다봤다.
노 대표는 요즘 사람 두뇌처럼 작동하는 인공 뇌의 가능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룬 커즈와일의 신작 `How To Create A Mind`를 읽으며 인간과 기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다듬는다. 커즈와일은 뇌가 수많은 데이터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 사고와 판단을 한다는 `패턴 인식 이론`을 내세웠다. 컴퓨팅 능력이 무한에 가깝게 커지며 컴퓨터도 사람의 논리적 사고 능력을 모방하게 됐다. 뇌가 클라우드와 연계돼 인간의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
노 대표는 이 책을 읽으며 컴퓨터과학과 뇌과학에 “무한한 열정이 생겼다”고 말한다.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나아가 인간 자체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그렇다면 감성 혹은 영혼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원적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그는 “논리적 사고는 컴퓨터가 낫다”며 “지금 사람이 해야 하는 많은 일을 컴퓨터에 맡기고 인간은 감성과 예술, 창작같은 `보다 인간적`인 일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더 좋은 세상`이라고 본다. 빅데이터나 음성 인식에서 초보적으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노 대표는 구글에서 일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뼈저리게 느낀다. 구글에서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처리하는 모습을 직접 봤기 때문이다. 커즈와일도 최근 `무한한 컴퓨팅 자원` 지원을 약속받고 자연어 인식을 연구하러 구글로 이직했다.
노 대표는 “구글이 정확히 이 방향으로 투자하는 회사”라며 “생각하는 컴퓨터가 불가능하다며 대비를 안 한 세력과 준비한 세력은 몇 년 후 호모 사피엔스와 유인원처럼 갈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 경영자로서 이런 큰 변화와 현실 비즈니스의 접목이 고민일 수밖에 없다. 그는 “현재 시장은 혼란 그 자체라 멀리서 큰 방향을 봐야 한다”며 “작은 기업은 큰 트렌드와 현실과의 균형을 잡아 `허황된 미래`를 좇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블라컴퍼니의 식당 예약 서비스 `예약왕 포잉`도 이런 큰 흐름에 던진 하나의 시도다. 사용자가 입력한 조건을 인식, 자동으로 식당에 예약전화를 걸어주는 서비스다. 아블라컴퍼니가 생각하는 궁극의 서비스 `스마트 컨시어지`, 즉 사람 말을 알아듣는 똑똑한 비서의 첫 번째 모습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