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수천억 원을 돈을 쏟아 붓는데 기술하나 못 가져왔다`란 말을 들을 때 마다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킥 모터도 세계 최고급인데, 연속적으로 발사 실패하게 되니 자랑하지도 못했습니다. 실패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냐는 겁니다.”
![[나로호 발사 성공]조광래 추진단장 "우리 기술도 뛰어나 한국형 발사체에 적용 할 것"](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1/31/387232_20130131142240_152_0001.jpg)
나로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지금까지 가슴 속에 품어둔 에피소드를 꺼내들었다. 나로호 발사를 위해 러시아와 협력하기로 했던 당시 회의에서 러시아가 1단(하단)을 우리나라가 2단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조 단장은 “러시아는 그들의 설계안을 가져오고 우리는 우리의 설계안을 준비했다”며 “당시 우리는 액체엔진보다 고체엔진에 강점이 있어 고체 2단 로켓 설계안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러시아 흐루니체프사 대표가 조용히 저를 불렀습니다. 고체 엔진 개발 안하면 러시아 측에서 2단 액체엔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 이유는 고체 엔진의 활용성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한 나로호 2단 고체 킥모터는 60초라는 긴 연소시간을 가지고 있다. 조 단장은 “궤도에 정확하게 투입시키기 위해서 추진력을 뿜어내는 노즐을 잘 조절해야한다”며 “이는 상당히 정밀한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고체엔진을 개발하면서 얻는 정밀 제어 기술이 혹 다른 분야에 활용되지 않을까 우려한 러시아가 2단 로켓 무상 제공을 제안한 것이다.
킥모터를 포함해 나로호에 적용됐던 수많은 기술이 한국형 발사체에 적용될 것이라고 조 단장은 확신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과 협력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나로호 사업이 끝나도 우주개발에 대한 장기 협력 협정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그러나 한국형 발사체를 위해서는 지금(나로호)과 같은 방식은 안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액체 엔진 중심의 기술 개발 협력이 필요한데 기술 이전 등 보안 문제가 발생하면 협력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에서 이전받은 1단 지상검증용 기체(GTV)가 하나 더 보유하고 있습니다. 엔진은 모형만 들어있지만 앞으로 엔진을 개발하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조 단장은 나로호 발사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한국형 발사체 성공의 디딤돌을 닦았다고 생각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