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와 알뜰폰(MVNO) 사업자가 도매대가를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MVNO업계는 도매의무제공 대상인 `부분 MVNO`가 적용받는 명목상 도매대가 할인율과 실제로 인하할 수 있는 여력에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사 측은 지금의 도매대가 규제도 해외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입장이다.
31일 전병헌 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통신요금 인하와 알뜰폰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 장윤식 한국MVNO협회장(KCT 대표)은 “MVNO 서비스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존 서비스 대비 70~80% 수준까지 요금을 낮춰야 하지만 도매원가가 기존 서비스의 60%를 차지하다보니 요금인하 여력이 없다”며 “2%의 미미한 시장점유율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MVNO 업계가 할인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지금의 도매대가로는 실제 대부분 소비자들이 쓰는 정액 요금제에 비해 큰 폭의 할인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3세대(G) 44요금제를 사용하면 음성 200분·문자250건·데이터 500MB가 제공되며 약정을 할 경우 1만4500원 할인을 적용받아 실제 납부하는 통신비는 2만9500원이다. MVNO가 적용받는 도매대가로 같은 서비스의 원가를 계산하면 2만3500원 안팎으로, 실제 할인율은 20%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MVNO 관계자는 “일본이나 미국처럼 총량제 판매를 통해 MVNO 사업자가 자유롭게 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며 “지금의 방식대로라면 MVNO는 가상망운용(Virtual Network Operation)이 아닌 단순한 망 리셀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는 발신 도매대가에 이미 `회피불가능비용`으로 이미 포함된 접속료를 MVNO로 걸려온 전화에 또한번 부과해 이중으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우리가 접속비용까지 내고 빌려온 망은 온전히 우리 것”이라며 “당연히 MVNO 사업자가 받아야 할 착신 접속료를 통신사가 챙긴다”고 말했다.
기존 통신업계를 대표해 참여한 정태철 SK텔레콤 전무는 “통신사와 MVNO는 대결 구도가 아닌 파트너십 관계를 맺어야 한다”면서도 “통신사가 계산하기에는 MVNO 매출에서 도매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MVNO 업계의 주장만큼 높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MVNO가 도입된 지 2년여밖에 지나지 않아 더 오래된 해외와의 점유율 직접 비교는 무리”라며 “우리나라 의무 도매제공 규제는 매우 강력하다”고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도매대가 문제 외에도 △단말기·요금 상품의 유통망 분리 △차별적 규제 적용으로 MVNO 시장 확장 △주파수 할당 시 알뜰폰 활성화 통신사에 인센티브 부여 등이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으로 거론됐다. 전병헌 의원은 “의견을 수렴해 입법과 정책건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