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자일링스 파운드리 결별

전세계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1위 업체 자일링스가 45나노미터(nm) 공정 이후 삼성전자와 결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28나노 공정에서 자일링스 협력을 놓고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신경전을 벌였던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특정 제품의 파운드리에 주력한 결과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자일링스는 45나노 공정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한 이후 32나노부터는 대만 업체 TSMC·UMC로부터 외주 생산을 진행해왔다.

FPGA는 용도에 맞게 설계를 바꿀 수 있는 반도체다. 주문형반도체(ASIC) 개발 전 연구개발(R&D)용 칩이나 수량이 적고 고신뢰성이 요구되는 방위산업 등에 주로 이용된다. 시스템반도체 중에서는 중앙처리장치(CPU) 외에 가장 미세화 공정 전환 속도가 빨라 FPGA 양산 시점이 파운드리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돼 왔다. 지난 2010년 2월 TSMC가 자일링스와 협력한다고 공개한 직후 삼성전자도 자일링스와 제휴를 발표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일링스는 삼성전자 45나노 공정에서 `스파르탄(Spartan)-6 패밀리` 제품을 양산했다. 그 뒤 TSMC와 삼성전자가 28나노 하이K금속게이트(HKMG) 공정을 개발했지만 본격적인 양산 물량은 TSMC의 HKMG 방식 중 하나인 고성능 저전력(HPL) 공정으로 돌렸다. 31일 출시한 20나노 공정도 TSMC에 파운드리를 맡겼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애플·퀄컴·브로드컴 등 대형 고객사 중심으로 파운드리를 운영해왔다. 65나노 이상 공정은 빠른 속도로 철수시키고 매출액과 수익성이 좋은 미세 공정 위주 전략을 펴 단숨에 매출액 기준 업계 3위로 올라섰다. 메모리 반도체처럼 회로 선폭을 줄여 양산력을 높이고 공정을 단순화 시킨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같은 전략이 당장 규모를 키우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인 파운드리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공정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수익성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다품종 반도체를 양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의 체질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식 접근으로는 파운드리 경쟁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