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덕분에 국내 아날로그 반도체 산업 저변 확대

스마트폰 시장 확산으로 국내 아날로그 반도체 산업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은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ST마이크로·맥심 등 해외 업체가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을 기회로 해외 업체를 밀어내고 세계 시장을 정조준하는 기업까지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설계·생산·테스트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아날로그 반도체 비중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여기에 쓰이는 이미지센서·터치칩 등 센서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스마트폰 시장 확산을 기회로 특정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는 기업까지 나왔다. 멜파스는 지난해 1억8000만개 터치칩을 생산해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터치칩은 시냅틱스·아트멜·싸이프레스 등 외산 기업들의 독무대였지만, 멜파스가 진입한 후 시장 구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올해 이 회사는 2억개 이상의 터치칩을 생산해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에프세미는 지난해 세계 전자캐패시터마이크로폰(ECM) 칩 시장점유율 70~80%를 차지했다. EMC칩은 스마트폰·스마트패드용 마이크로폰 제조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에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되면서 지난해 수혜를 톡톡히 봤다.

이미 선두권에 진입해 세계 1위 달성 목표에 근접한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CMOS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1위 소니를 바짝 뒤쫓고 있다. 실리콘웍스, 아나패스도 LCD 드라이버 IC(LDI)와 타이밍컨트롤러(T-con)로 세계 시장 1위를 목표로 생산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아날로그 반도체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파운드리 산업도 탄력을 받았다. 동부하이텍은 고주파(RF)·전력반도체(PMIC)·디스플레이 드라이버IC(DDI) 등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를 강화하기 위해 특화 공정 및 테스트를 대폭 늘렸다. 선두 업체보다 미세공정에서는 뒤졌지만 아날로그 반도체에 최적화된 공정과 테스트 시스템으로 이를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CMOS이미지센서·PMIC 등 아날로그 파운드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박흥수 동부하이텍 부사장은 “로직 반도체 공정에는 10개 내외의 소자만 사용되지만, 아날로그 반도체 공정은 200여개 소자가 사용된다”며 “아날로그 반도체 특성에 맞는 공정 및 테스트를 제공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아날로그 반도체

-빛·소리·압력·온도 등 자연계에 있는 아날로그 신호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