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우리나라 부의 상징으로 통했던 `백색전화` 한 대 가격은 200만원. 당시 80kg 쌀 한 가마니가 6만3000원 정도였으니 무려 서른 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그 시절 전화 가입권을 양도할 수 있는 `백색전화`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의 상징으로 통했고 `청색전화`를 소유한 이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출발한 소수 `백색전화`와 다수 `청색전화`의 격차는 결국 `보편적 확대`를 통해 해결됐다. 정부는 회선 증대와 산업 활성화를 통해 `모두의 백색전화`를 탄생케 했다.
![[월요논단]백색전화와 스마트폰](https://img.etnews.com/photonews/1302/387940_20130203143827_595_0001.jpg)
1993년 `정보 고속도로`를 뚫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따라 추진된 초고속인터넷 보급 정책은 놀라운 성과를 나타냈다. 정부는 1995년 총 사업비 44조8000억원으로 1994년 정부예산을 넘는 초대형 국책사업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을 확정 발표했다. 기간 통신 사업자 정책 지원은 물론이고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과 요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경쟁을 촉진, 품질을 향상시켰다. 서비스 가격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이용자들의 선택권은 확대됐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3000만명을 넘어섰다. 전 국민의 100%가 넘게 사용하고 있다는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스마트폰은 더 이상 옛날의 `백색전화`처럼 부와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만인에게 필요한 `생활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고가의 기기 값, 한 달에 6만~8만원을 훌쩍 넘기는 비싼 통신 요금은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층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이야기다.
지난해 한 조사기관에서 `아이폰 가입자의 인구와 소득세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우려했던 대로 아이폰 가입자의 이용현황은 대한민국 부(富)의 지도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를 통한 정보의 격차가 기회의 양을 결정하는 `스마트 디바이드`가 벌어지는 셈이다. 이는 정부와 단말 제조업체 그리고 서비스 사업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업이다. 이에 몇 가지 제언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정부는 오랜 기간 고착화되어 있는 통신 시장에 경쟁 활성화를 통한 자율적 요금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 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정부에선 지난 2010년 3월 사업법 개정을 통해 알뜰폰(MVNO)을 도입했지만 활성화 미비로 인해 전체 통신시장 2%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이는 10~20%를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로 `공급자 시장의 경쟁 활성화`가 이에 대한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국내 이동 통신시장은 이통사간의 `보조금 출혈 경쟁`이 주요 이슈였다. 과도한 보조금 경쟁은 결국 시장에서 `공짜폰`을 만들어내고 이는 수 십 개월의 약정 할부를 동반한 고가 요금제로 이어진다. 이런 현상이 고착되는 과정에서 이용자 차별은 물론이고 서민층에게 `생활폰`으로서의 스마트폰은 점점 더 먼나라 이야기가 되어간다. `그들만의 보조금 경쟁`은 서비스 경쟁으로 나아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 평균 통신비는 15만5000원으로 2011년보다 9.3% 증가했다. 이는 가계 소비지출 12대 비목별 순위 중 증감률 1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고가 단말기 확산과 이에 따른 고가 요금제 도입이 주요한 요인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제조사에서 적정 성능의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을 만들어 유통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유도가 수반되어야 한다. 1990년대 말 정부에서 인터넷 보급 확산에 따른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국민 PC` 보급 사업을 적극 시행했던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1960년의 200만원에 이르렀던 백색전화가 모든 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로 나아가기까지는 사회 각 부문에서 제대로 된 역할이 수반됐기 때문이다. 2013년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스마트폰`도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 dsbyun@cj.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