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자·M&A 활성화 없이 벤처어게인 없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기술로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2000년 전후와 같은 벤처 붐은 불지 않았다. 활성화하겠다는 투자는 위축됐고 기업 인수합병(M&A)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벤처와 M&A 경험이 있는 벤처 비중이 각각 6.5%와 4.9%에 그쳤다. 국내에 벤처기업이 등장한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교하면 초라한 실정이다.

실리콘밸리가 벤처기업 천국으로 꼽히는 가장 큰 요인은 자생적인 벤처 생태계 조성다. 정부 역할도 아주 없지는 않았겠지만 핵심 역할은 스타트업(창업) 교육을 하는 대학과 벤처에 투자하는 투자자(엔젤·벤처캐피털), 멘토(벤처 엑셀러레이터) 등 민간이 주도했다.

벤처기업 활성화 주체는 어디까지나 민간 몫이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정부예산을 퍼붓는 것보다는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예산을 지원하면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은 당장 닥친 어려움은 모면하겠지만 미래를 생각하기는 어렵다. 정책 역시 임시변통식이어서는 제2의 벤처 활성화는 오지 않는다. 정부는 기업이 투자를 활성화하고 활발하게 M&A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일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애플 등이 조그만 벤처에서 거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활발한 M&A 덕분이다. 이들 기업은 일 년에도 십여 곳에서 수 십 곳의 스타트업을 M&A한다. 벤처캐피털은 M&A로 자본을 확보해 또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은 기발하고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과 인력을 양분 삼아 더 큰 성장을 하게 된다.

벤처캐피털 투자와 M&A 활성화는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을 돕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벤처기업의 기업공개(IPO)가 벤처캐피털의 유일한 투자회수 방법인 우리나라에서는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유도해내기 어렵다. M&A를 활성화해 벤처캐피털이 자본을 회수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색안경을 끼고 M&A를 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