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만인이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됩니다.”
지난 1일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오크룸. 이날 호스트를 맡은 김용주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의 이야기가 끝남과 동시에 박수가 쏟아졌다. 2006년 LG생명과학 연구원 7명이 창업한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4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에 `LG` 출신이 약진하고 있다. 1987년 럭키에서 바이오연구소를 출범시킨 LG그룹은 1995년 LG화학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2년 LG생명과학으로 탈바꿈했다. 그동안 국내 신약 개발 중심의 연구 개발을 진행했던 LG생명과학은 그룹 전략에 따라 모습을 바꾸며 성장해왔다. 그 사이 국내에는 LG출신 연구원이 쏟아져 나와 바이오 분야 인재사관학교라는 명성을 얻었다.
코스닥 기술성 특례상장 1호 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는 LG 출신이 창업한 기업이다.
조중명 대표는 “국내 바이오 초창기 LG에 있으면서 신약을 개발했던 경험이 벤처에서 효율적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당시 연구소장이었던 조 대표는 연구원 6명과 함께 회사를 창업했다. 크리스탈은 △차세대 관절염 치료제(임상2상 완료) △슈퍼박테리아 항생제(미국 임상2상 완료) △분자표적항암제(임상1상)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외 제약사에 기술수출 계약으로 90억원을 벌었고 기관 투자자에게서 8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오는 4월 코스닥에 상장을 앞둔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 역시 LG생명과학 연구소장 출신이 만든 바이오 벤처다.
김용주 대표는 “연구개발 중인 항응혈제, 항생제, 항암제 등은 우리 멤버가 LG에서 연구했던 분야”라며 “레고켐은 LG에서 길러진 전문가가 만든 회사”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7건 기술 이전과 1건 원료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말에는 글로벌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14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국내 제약사와는 `항체-약물 복합체 기술(ADC·항체-약물 복합체)`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에 이어 LG출신으로는 두 번째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도 통과했다.
LG생명과학 연구소장 출신으로 항체 치료제를 연구하는 기업도 있다. 대전 바이오벤처단지에 위치한 알테오젠이다.
박순재 대표는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베터 등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난달 브라질의 오리젠(Orygen Biotechnology)과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공동 연구, 개발, 판매하기로 했다. 오리젠은 연간 매출 2조원 규모 세 개 회사가 공동으로 만든 회사로 남미 진출을 꾀하고 있다. 박 대표는 LG에서 치료제 초기 연구는 물론, 개발과 사업화까지 두루 경험하며 바이넥스 대표로 바이오벤처에 첫 발을 들인 후 창업했다.
같은 건물에는 항체 신약을 연구 개발하는 파멥신도 있다. 역시 LG에서 항체 개발 주역으로 불리던 유진산 씨가 대표다. 2006년 LG생명과학이 새 경영진을 맞으며 내부에서 항체 개발을 중단하자 개발하던 `타니비루맵`을 들고 나와 창업했다.
파멥신은 2009년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오비메드와 노바티스벤처펀드, 녹십자, 동양인베스트먼트 등에서 600만달러(72억원)를, 최근에는 대성창업투자, MVP창업투자로부터 2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글로벌 1위 매출을 자랑하는 로슈의 항체치료제 아바스틴보다 뛰어난 효과를 보인 게 주효했다.
LG생명과학 출신 모임인 `바이오 비즈니스 포럼` 간사를 맡은 이정규 렉스바이오 대표는 “LG라는 대기업이 바이오 연구개발에 뛰어들면서 산업 생태계 조성에 일조했다”며 “앞으로 더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경미기자 kmm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