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가 단돈 18만원" 너무 싸다 했더니…

명의도용까지…막가는 온라인 휴대폰 판매

A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휴대폰 판매업자의 요구에 따라 신분증 앞뒤를 스캔해 보냈다. 얼굴도 모르는 상대에게 신분증을 보내는 것이 불안했지만, 아이폰5를 18만원에 기기변경을 한다는 흔하지 않은 조건에 솔깃했다.

며칠 뒤 A씨는 자신의 명의로 휴대폰이 한 대 더 개통된 것을 발견했다. 명의를 도용한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업체에서 A씨와 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명의자 몰래 10만원어치 소액 결제가 이뤄진 사례도 있었다. 당초 명시한 할부원금보다 턱없이 높은 할부원금이 청구된 피해 사례도 나왔다.

사기, 폰테크 등 편법의 온상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명의도용 사건까지 벌어졌다. 보조금 페이백을 암시하고 비싸게 판 후 보조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태가 터진 뒤 불과 한 달 만이다. 온라인 휴대폰 판매상의 불법 행위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이폰5 기기변경을 18만원에 해준다며 지난달 말 커뮤니티에서 휴대폰을 팔기 시작한 L판매점과 거래를 한 뒤 피해를 본 사례가 잇따른다. 한 피해자는 “원래 판매업자가 제시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할부원금이 청구됐다”며 “L판매업자가 그 뒤로 전화 연락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피해자와 달리 정상적으로 개통됐다는 사례도 나와 작정한 사기인지 개통과정상 실수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당시 영업정지를 앞둔 SK텔레콤의 회선을 미리 확보해 가개통한 후 명의변경으로 신규 영업을 하려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분증만 받아놓고 일방적으로 거래를 취소하는 온라인 판매업자들도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휴대폰 구입을 시도했다는 B씨는 “신분증 앞뒤 면을 컬러로 스캔해 보낼 것을 요구해 그대로 했더니 일방적으로 개통이 어렵게 됐다고 통보가 왔다”며 “개인정보만 그냥 넘겨준 꼴이라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휴대폰 유통이 무분별하게 이뤄지지만, 감독이나 단속은 거의 없다. 통신사 측은 △공식이 아닌 약식신청서를 제시하며 신분증 스캔을 요구하거나 △개통처(지역·대리점명)가 일정하지 않고 △턱없이 낮은 할부원금을 제시하는 업자와는 되도록 거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아무리 보조금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약식 신청서를 제시하며 신분증 사본 전송을 요구하는 곳은 주의해야 한다”며 “공식사이트나 대리점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불안한 거래를 했을 때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운영하는 명의도용방지 서비스 `엠세이퍼`를 꼭 활용하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