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지속위협(APT) 시장을 놓고 안랩과 파이어아이 간 대혈투가 예고되고 있다. 안랩은 미국을 텃밭으로 하는 파이어아이의 벽을 넘어야 하고, 이와 반대로 파이어아이는 태평양 건너에 있는 IT강국 한국 시장에서 피치를 올린다. 양사 모두 안방을 공고히 하면서 상대방의 텃밭에서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운명이다. 양사 고위 경영진도 상대편을 최대 라이벌로 지목한다. 올해 미국에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는 안랩과 한국 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을 예고하고 있는 파이어아이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올해 IPO 준비 중인 파이어아이=파이어아이는 김홍선 안랩 대표가 꼽고 있는 최대 적수다.
파이어아이는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밀피타스에서 설립됐다. 2012년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면서 전년 대비 100%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2013년 가장 주목받는 보안 스타트업 기업 15개사 중 하나에 포함됐다.
이 회사의 웹, 이메일, 파일 악성코드방지시스템(Malware Protection Systems)은 가상엔진을 돌려서 사전에 지능적 표적공격을 방어하는 게 특징이다. 알려진 악성코드와 아웃바운드 전송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가상실행 환경을 이용해 알려지지 않은 지능적 악성코드를 탐지·차단한다. 한국에서 성적도 괜찮은 편이다. 2012년 3월 한국 지사 설립 이후 전년 대비 400%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올 초 전문 악성코드 분석가를 비롯해 기술, 영업, 마케팅 인력을 영입하면서 올해 10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파이어아이는 전략적 연대로 국내 1위 보안기업인 안랩의 아성을 허물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외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경쟁관계인 RSA와 국내 시장에서 협력을 논의 중이다. 여기에다 안티 바이러스 사업을 진출하는 잉카인터넷, 트라이큐브랩과도 손잡고 공동전선을 구축한다.
전수홍 파이어아이 한국지사장은 “교통·항만·에너지 등 사회 공공기반 시설을 상대로 한 사이버공격 위험이 상존한다”며 “미국에 이어 한국에도 이 같은 공격이 현실화될 경우, 사업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어아이가 주목하는 또 다른 분야는 국가 정부부처를 상대로 한 이메일 악성코드 공격이다. 전 지사장은 “지난해에는 웹(Web)-MPS에 주력했다면, 올해에는 이메일 MPS 비중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미국사업에 승부 건 안랩=안랩 역시 파이어아이 전수홍 지사장이 넘버1 경쟁상대로 주목한다. 국내에서 해킹 사고가 터졌을 때 안랩 기술진들이 바빠지는 것처럼, 파이어아이는 CIA가 투자한 잉큐텔에서 투자를 받아 이메일 보안 솔루션을 미 정부에 공급하는 등 양사는 공통점이 많다.
올해 미국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려는 안랩 김홍선 대표는 “APT 방어 솔루션의 경쟁사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보안기업 중 하나인 파이어아이(FireEye)”라며 “미국 시장에서는 AhnLab MDS 제품 기능상의 장점을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랩은 지난해 10월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내고 국내에서 트러스와처로 판매되는 `AhnLab MDS(Malware Defense System)`를 주력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APT 공격이 많아짐에 따라 이 제품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미국 모 기업에 베타 인스톨레이션 중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20년 이상 경력의 현지인 5명이 안랩의 미국시장 연착륙을 돕고 있다. 안랩은 미국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해외 매출 두 자리를 달성, 글로벌 보안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홍선 대표는 “APT 방어 솔루션 시장은 기본 제품의 대체재가 아니라 새로 열리는 시장으로, APT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 제품으로 안 되기 때문에 수요가 계속 발생한다”고 말했다.
APT 시장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형성이 안 되고 있지만, 미국은 매우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