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한국의 ICT 제조업 중흥을 꿈꾸며

최근 일본에 가서 지인을 만나 일본 경기를 이야기하다 뼈 있는 농담을 들은 적 있다. 지금의 일본 상황은 한국의 5년 후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야기인 즉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에 관한 핵심 기술은 중국의 치밀한 전략과 엄청난 자금력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파워CEO>
<파워CEO>

지인의 미래 예언은 돌아오는 길의 신문에서 불행히도 증좌를 찾을 수 있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년 내 매출 17조원 이상의 전자산업분야 업체를 현재 화웨이·레노버·하이얼 외에 2015년까지 5~8개까지 더 늘릴 것으로 목표를 정했다`는 기사를 봤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하는 찰나의 의문은 의외로 간단히 풀렸다. `일본전자 샤프의 TV 사업부분, 레노버와 매각 및 제휴 추진` 등으로 알 수 있듯이 경쟁력 있는 국내외 업체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중국은 품질에 관한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적어도 제조업에서는 말이다. 품질 문제만 해결된다면 중국은 내수의 힘을 바탕으로 그 누구보다도 가장 강력한 수출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일본 업체를 인수해 이 난관을 정면 돌파하고 있었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은 과연 어느 위치에 있는가. 일본보다 가격경쟁력, 빠른 대응, 다양한 제품 라인업, 중국보다 품질우위로 대변되는 한국 ICT 제조업은 과연 언제까지 갈 수 있는 것일까. 많은 고민을 한다. 답은 가지고 있는 `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분야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지금도 대다수의 신문에서는 한국 제조업의 우려와 관련한 기사를 다루고 있지만 오늘도 많은 제조업인은 새로운 분야에서의 제 2의 제조업의 중흥을 꿈꾸며 출근한다.

한국의 ICT 제조업은 토양자체가 일본과 중국과는 다르다.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20년 넘게 세계 수많은 기술과 시장 트렌드의 시험장이 되길 주저하지 않았다. 준비된 토양 위에 수많은 시도가 있었고 그러한 경험으로 ICT 제조업체는 국제경쟁력 있는 제품과 부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답은 여기에 있다. 또 다른 한국만의 토양을 만들자. 자유롭게 서로 다른 기술을 접합해 시험하고 서로 다른 제품이 결합해 보다 시너지 있는 제품으로 거듭나길 시험할 수 있는 그런 토양을 만들자. 미래 한국형 실리콘밸리의 답이 여기에 있다.

각 분야의 개방형 전문가가 만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고, 이들이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게 기술, 제도적 산파 역할을 각 분야에서 자임해야 한다.

산업전체 마인드의 공유도 필요하다. 제러미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에서 200년에 걸쳐 회자된 노동력을 특징으로 한 영리주의 전설은 종결되고 협력적 행동방식과 창의적 전문가 및 기술 인력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많은 ICT 중소기업인은 이종산업과의 협업만이 다가오는 미래 한국 제조업의 유일한 돌파구임을 알고 있다. 더 이상 외형확장 만으로는 절대 중국을 따라 갈 수 없다. 아마 그들은 쏟아지는 정보에서 창의적인 시각을 갖고 정보를 필터링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더 많은 검증을 할 때다. 도전하자. 그 옛날 많은 선배들의 닳은 구두벌수가 성공의 상징물이었듯이 이제는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교류와 창의적인 아이디어 신화가 다가오는 2020년 한국의 ICT 제조업의 성공 상징물일 수 있다.

일본과 중국도 절대 할 수 없는, 한국만이 할 수 있는 ICT 제조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류병훈 EMW 사장 ryu@emwanten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