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네트워크 솔루션업체 `에이크미 패킷`을 인수한다. 2009년 인수한 선마이크로시스템즈와 지난해 사들인 엑시고의 핵심 기술과 제품을 엮어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등 융복합 신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오라클은 에이크미 패킷을 주당 29.25달러, 약 17억달러(약 1조8499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인수 금액은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이후 최대 규모다. 주주들의 승인과 세부조건 논의를 거쳐 1분기 중 완료할 계획이다. 최종 합병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두 회사는 별도로 운영된다.
에이크미 패킷은 음성과 영상, 데이터를 인터넷프로토콜(IP) 기반으로 전송하는 트래픽 관리 기술과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관련 장비도 개발, 공급한다. 고객사는 영국 BT그룹, 미국 버라이즌, 중국 차이나텔레콤 등 세계 100대 통신기업 수위를 차지하는 유명 기업들이다.
앤디 오리 에이크미 패킷 최고경영자(CEO)는 “오라클과 함께 ALL-IP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증시 분석가들은 “이 계약은 오라클이 네트워크 장비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신호”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브라이언 화이트 토페카캐피털마켓 분석가는 “오라클의 네트워크 시장 진입은 우리가 바라왔던 바”라며 “IT 업계에서 융합은 필연적”이라고 호평했다.
오라클은 앞으로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네트워크 솔루션 등을 연계한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고 인수한 기업들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통합 영업을 펼칠 예정이다. 예를 들면 오라클의 SW와 데이터베이스(DB)를 사용하고 있는 통신사를 에이크미 패킷의 고객사로 끌어들일 수 있다. 선마이크시스템즈 서버와 연동돼 작동하는 패킷 처리 장비 등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 허드 오라클 공동 대표는 “최고급 통합제품으로 고객의 민감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겠다”면서 “오라클은 서비스 제공업체와 엔터프라이즈 기업에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오라클이 궁극적으로 보고 있는 곳은 SDN 시장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오라클은 지난해 7월 SDN 업체 엑시고를 인수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SDN 시장은 시스코, VM웨어 등 각종 솔루션업체들이 너도나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액샤이 샤마 가트너 분석가는 “SDN 네트워킹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오라클이 가능성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인수 보도가 나간 당일 오라클 주가는 2.9% 하락했고, 에이크미 패킷 주가는 22% 올랐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