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오바마의 진짜 적은 로봇?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걸림돌은 중산층 일자리를 뺏고 있는 `로봇`이라는 주장이 나와 화제를 모은다. 몇몇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기술혁신으로 인한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이 가속화된다는 지적이다. 숙련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등 국외 저임금 노동자들도 더 이상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5일 AP통신,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은 미국에서 로봇으로 인해 무수히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졌고 이런 추세는 가속화해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IBM 슈퍼컴퓨터 `왓슨`은 인간을 뛰어넘는 슈퍼 지능을 구현했고 애플은 `아이폰`에 `시리`라는 소프트웨어 로봇을 심었다. 구글은 운전자 없이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를 만들었다. 이런 첨단 기술 발전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만 일자리 창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 이상이지만 4개 회사 직원을 모두 합해도 15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미국 경제는 점점 자동화되고 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지난 1월 제조업에서 4000개의 일자리가 생겼지만 생산성이 높은 로봇을 이용하고 미숙련 일자리를 줄이는 바람에 일자리 순증은 없었다. 지난 1월 노동 생산성은 지난해 4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AP는 현재 미국 내 몇몇 대규모 공장이나 창고에서는 놀랄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메사추세츠주 축구장 두 배 크기 만한 의류유통센터에는 직원 100명과 69대의 로봇뿐이다. 과거 사람의 손이 필요했던 자리에 수학, 과학, 정교한 알고리듬으로 무장한 로봇이 대신하고 있는 것. 과거 기술 발전이 사람에게 많은 일자리를 주었지만 이젠 그때와 다르다는 분석이다.

단순 공장 노동자 직업만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 직군에서도 일자리는 사라진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식사를 나르고 의사나 간호사에게 약을 가져다주고 피에 젖은 환자복을 세탁하는 일을 로봇이 처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존 노동자 층 임금까지 줄게 만든다는 점이다. 비용 투입 대비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으면 로봇으로 대체하면 된다는 사고가 업계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끝난 2009년 7월 직후 3만8000~6만8000달러 수준의 임금을 받는 중산층 노동자들은 생산활동인구의 2%에 불과했다. 70%는 하위 수준의 임금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미제조업협회(NAM)의 채드 무트레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년간 미국의 생산성이 크게 개선됐으며 단위노동비용(임금)이 줄었다”며 “많은 제조업체들이 노동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앤드류 맥아피 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장은 “직업들은 사라지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토록 컴퓨터들이 숙련된 기술과 능력을 가지게 될 시기가 빨리 올 줄 몰랐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