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파고가 갈수록 거세다. 다 쓰러져갔던 일본 전자업체들이 되살아났다.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허리띠를 졸라맨 일본 전자업체가 엔화 약세 바람을 타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자 덩달아 주가가 크게 뛰어올랐다. 현지 증권가는 1분기 실적 개선을 전망하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를 내리는 등 한껏 기대감을 나타냈다.
엔저 효과는 수출 물량이 절대적인 일본 자동차 업계에 먼저 불어왔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하락할수록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실적 전망을 높였다. 순익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와 달리 TV 수요 감소로 크게 위축된 전자업계는 엔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예측은 여지없이 벗어났다. 일본 전자업체가 기존 주력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으로 초점을 맞춘 것이 시장에 호신호로 작용했다. 현지 증권사들은 스마트폰 판매 예상치가 올랐다는 이유로 소니의 목표 주가를 두 배나 올렸다. 나머지 가전업체도 엔저에 힘입어 한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유리해졌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일본 전자업계의 회생은 곧바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약화로 되돌아온다.
문제는 약화된 위기의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를 3개월 연속 동결한 것이 엔저 상황을 관망하는 자세로 해석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국가 경쟁력이 약화된 마당에 엔저 정책만으로 금방 회복될 수 없다고 맘 놓고 있다는 것이다. 원고 현상까지 겹치는 현 추세라면 현대차나 삼성전자와 같은 수출 주력 기업들은 엔저 여파로 실적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는다. 자동차와 전자업계에 이어 수출 중소기업들인 부품업체도 벌써부터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의 엔저 공세는 한국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 파고는 점차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제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