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 디스플레이로 3차원(3D)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일반 극장에서 3D 상영이 증가하고 3D TV, 3D 컴퓨터 수요도 빠르게 늘어 일상생활에서 3D 영상에 노출될 기회가 흔해졌다.
3D 영상을 보는 건 기존 2D 영상을 보는 것보다 시각적 불편함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3D 영상이 눈과 신체의 다른 부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3D 눈 피로` 혹은 `3D 두통`이라고 일컬어지는 증상에는 안구 피로감과 두통, 어지럼증이 포함된다. 현실 세계에서는 상을 잘 볼 수 있도록 조절하면 눈을 모으게 된다. 그러나 3D 영상을 시청할 때 조절과 눈 모음을 일으키는 정도가 달라 이러한 불일치가 눈 피로 증상과 관련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양안시란 두 눈에 들어온 두 개의 상을 하나로 인지하는 것으로, 3D 영상을 입체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융합(Fusion) 기제가 작용해야 한다. 입체시는 양안시의 가장 고도의 기능으로 실제 생활에서 두 눈에 모양, 크기, 선명도가 약간 다른 상이 맺혀야 뇌에서 입체상을 느끼게 해준다.
이는 한 눈씩 감아보면 두 눈이 한 물체에서도 다른 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3D 영상 원리도 마찬가지로 두 눈에 각각 다른 상을 보여주면 정상적 양안시를 가진 사람은 3D 영상을 운동-감각 융합으로 입체를 인지할 수 있다.
2010년에서 2012년까지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주관해 본원에서 시행된 3D TV 안전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요약해 보면 사시, 부동시, 약시 중 하나 이상의 비정상적인 양안 시를 가진 경우에서 양안시 장애 환자도 3D 영상 시청 시 눈 피로감, 두통, 어지러움 등 증상 정도는 정상인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
내사시나 약시는 한 눈의 기능이 떨어져 양안시 기능의 절대원칙인, 두 눈이 동시에 기능하지 못하므로 입체상을 인지할 수 없었고, 외사시는 3D TV를 볼 때 눈을 많이 모아야 하므로 근육과 신경 적응을 힘들게 해 3D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3D TV 시청 시 시각 불편감이 심한 사람이나 입체를 인지할 수 없는 사람은 사시 검사를 해볼 것을 권유한다. 흥미롭게도 사시수술을 받았던 외사시 환자의 시각 불편감은 수술 이후 정상군과 큰 차이가 없었다. 수술로 눈 모음 운동 요구를 줄여주고 3D 안정 피로가 조절 가능한 상태가 된 것으로 추측된다.
입체 영상 시청 시 조절과 눈 모음의 불일치는 과도한 조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학동기 환아의 가성근시 유발 우려도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시청 전과 시청 직후, 시청 직후와 10분 휴식 후 모두 근시 정도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학동기 아동의 3D TV 시청 시 조절 과다로 인한 가성근시는 전혀 유발되지 않았고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나 적절한 시청거리 확보(TV 세로 길이의 네 배, 대개 2~3m)와 적절한 휴식(한 시간 시청 후 10~15분 휴식)은 꼭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비정상적인 양안시를 가진 대상자가 3D 인지 능력이 감소될 수 있었으나 시각 불편감은 심하지 않았다. 시각 불편감은 양안시 장애 중 외사시와 높은 관련을 보였고, 따라서 시청자가 3D TV를 보면서 두통, 눈 피로감, 어지러움 등이 심하거나 입체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시 검사를 받는 것을 권유하고 특히 어린이가 시청할 때 적절한 시청 거리와 시간을 지켜준다면 3D TV 시청은 눈 건강에 안전한 흥미로운 일이라 생각된다.
김승현 고려대 의대 안과교수 ansaneye@hanmail.net